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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대통령실, 한동훈에 사퇴 요구…한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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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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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외부 영입인사인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 후보로 공개한 것이 ‘사천’이라는 게 사퇴 요구의 표면상 이유이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습책에 대한 이견이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한 위원장 취임(12월26일) 한달 만에, 4·10 총선을 80일 앞두고 여권이 내부에서 정면충돌하면서 대혼란에 빠졌다.



이관섭 대통령실장은 이날 한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고 에스비에스(SBS)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알림’을 보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비대위원장직을 그대로 수행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영입 인사인 김경율 비대위원을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한 것을 두고, 공정한 공천을 해치고 ‘사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처 또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충돌 지점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지난달 “몰카 공작”이라고 했던 데서 국민 여론 쪽으로 기류를 바꿨다. 김경율 비대위원 또한 김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비판하면서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 “함정을 파서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계획하에 진행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의 직접 사과나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 가능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재미 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김 여사 관련 영상을 공개한 뒤 50여일이 지나 나온 대통령실의 첫 답변으로, “사실관계를 말하고 사과해야 한다”(김경율 비대위원), “직접 사과하는 것이 깔끔하다”(하태경 의원) 등 당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 촉구 메시지를 반박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는 그에게 강한 불만을 품고 있어 양쪽의 충돌은 지속될 수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여권 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조율이 됐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친윤계 핵심들도 같은 기류다. 한 친윤계 의원은 “잘못을 한 게 없는데도, (김 여사가) 사과하면 온갖 좌파 언론들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처벌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 한 보수 유튜버의 주장을 인용해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해서 범죄가 기정사실화되고 탄핵까지 당한 것”이라며 “사과와 용서, 관용은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하는 것이며, 좌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초선 최춘식 의원도 텔레그램 단체방에 “불법촬영”이라고 주장하면서 “누가 이들(서울의 소리) 배후에 있는 것일까”라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조율을 통해 민감한 질문 자체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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