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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유해 화학물질 등에 노출된 임신 노동자의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 보상하는 ‘태아산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태아 산재를 승인한 사례가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21일, 지난달 15일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과 관련해 산재 신청을 한 간호사 ㄱ씨의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산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ㄱ씨 자녀의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맡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로 일하던 ㄱ씨는 2013년 3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로 9월까지 6개월 동안 투석액을 혼합하는 업무를 했다. 애초 기성품 투석액을 썼지만 예산 등 문제로 간호사가 직접 화학 약품 등을 혼합해 투석액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ㄱ씨는 투석액 혼합 때마다 ‘초산 냄새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웠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 출산한 둘째는 뇌 표면이 손상된 ‘무뇌 이랑증’을 진단받았고, 2015년엔 뇌병변 1급 장애진단, 2017년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해당 업무를 하기 전인 2012년 출산한 첫째 아이는 건강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근로자는 (둘째 자녀) 임신 중 반복적으로 폐 손상 및 저산소증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산소증은 (태아의) 뇌와 관련된 기형을 유발하는 잘 알려진 요인이며, 근로자는 임신 1분기에 해당 업무를 수행했는데 임신 1분기는 뇌의 기형 발생에 취약한 시기”라고 짚었다. 이어 “근로자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단은 지난달 15일 ㄱ씨 자녀에 대한 태아 산재를 승인했다. 지난해 법 시행 뒤 태아산재가 인정된 첫 사례다.
태아산재법은 임신 중인 노동자가 건강에 해로운 노동 환경에 노출된 탓에 자녀에게 선천성 질병이나 장해가 발생하면, 해당 자녀(건강손상자녀) 또한 산재를 입은 노동자로 보고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2021년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소급 적용 조항이 있어 법 시행 이전에 산재를 신청한 경우라도 태아산재법이 적용된다.
태아산재법 통과 이후 6건의 산재 신청이 접수됐고, 현재 4건에 대해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ㄱ씨 외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제기한 나머지 3건의 태아 산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업무관련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에 대한 산재 여부 판단은 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승규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는 “(반도체 공장 사례에 대해서도) 태아 질병과의 업무 관련성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고, 간접적 요인은 확인했다는 내용이 (역학조사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나아간 판정 결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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