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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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초대 수장인 김진욱 처장이 19일 이임식을 열고 3년 임기를 마쳤다.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는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성역 없는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을 목표로 탄생했지만 지난 3년 내내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영장 청구 ‘5전 5패’, 유죄 ‘0건’ 등 수사력 부족, 정치적 편향 논란, 구태 수사 답습, 지휘부와 검사들 사이 갈등으로 ‘공(空)수처’라는 오명마저 얻었다.
공수처는 신설 3년이 지나도록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독점했던 기소권을 공수처와 나눠 갖게 된 검찰과의 갈등을 빼놓을 수 없어 보인다. ‘1기 공수처’가 지나온 3년은 공수처 검사의 지위와 권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등을 두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해 온 3년이나 다름없었다.
공수처는 가뜩이나 적은 수사 인력(검사 25명)과 극히 제한된 수사 범위·대상, 수사·기소 대상의 불일치 등 제도 미비로 좌충우돌하는 와중에도 검찰의 협력과 지원을 얻지 못하고 끊임없이 대립하며 힘을 소진했다. ‘2기 공수처’가 보다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검찰과의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입법 미비·권한 배분이 초래한 ‘검·공 갈등’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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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 특히 검찰과 일일이 부딪치기 시작한 건 김 처장이 공수처 출범 첫해인 2021년 3월 주장한 ‘공소권 유보부(조건부) 이첩’ 논란부터였다. 김 처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우선적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검찰이 ‘수사’ 부분을 완료하면 공수처가 ‘공소’ 부분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수원지검은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지 ‘수사권’이 아니라며 재이첩을 거부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과 이규원 검사 등을 수사한 뒤 그해 3월 재판에 넘겼다. 이 검사가 ‘검찰이 공수처장의 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기소한 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공수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주장을 거둬들였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했을 때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는 공수처법 조항을 두고도 검찰과 공수처의 해석은 달랐다.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을 접수하는 대로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봤지만, 검찰은 ‘발견’이란 ‘혐의가 확인되는 단계’를 의미한다며 검사 사건 대부분을 이첩하지 않았다.
나아가 검찰은 검사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등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에는 공수처에 이첩할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출범 전처럼 검찰이 검사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해 불기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등 사법경찰관이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사건을 수사할 때 공수처 검사에게도 영장 신청을 가능하도록 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두고도 검찰은 반발했다.
공수처에 파견된 검찰·경찰 수사관들의 수사 참여 자격 시비도 일었다. 검찰은 공수처법상 공수처 파견은 행정기관에서만 가능해 공수처 파견 수사관은 행정 업무가 아닌 수사는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부당채용 사건 1심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가 지난해 1월 “공수처 파견 수사관들의 수사 참여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논란은 이어졌다.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하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논쟁이 일어났다. 검찰에선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선 사법경찰관 신분으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처럼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공수처와 검찰에 구속 기간을 얼마나 나눠야 하는지도 공수처와 검찰 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검찰이 지난 12일 ‘추가 수사하라’며 돌려보낸 일도 있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검찰의 이송은 근거가 없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검찰이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 사건을 직접 보강 수사해 처분하지 않고 되돌려보낸 건 처음이었다.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달아 이송한 건 사실상 ‘보완수사 요구’였다. 검찰이 공수처 검사를 사법경찰관 취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 수뇌부 겨냥한 검찰 수사···3자 협의체는 ‘있으나 마나’
2019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와 검찰개혁,공수처 설치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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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뇌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3월 공수처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할 때 관용 차량을 제공했다는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진 뒤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여러 건의 고발을 당했다. 공수처가 이때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일반 차량을 호송 차량으로 표현하는 등의 허위 내용이 담겼다며 김 처장과 여 차장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아직까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공수처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내부 연계에 반대해 설치가 지연되기도 했다. 공수처는 법무부, 경찰, 검찰 등이 정보를 공유하는 킥스 시스템에 공수처도 내부 연계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원, 법무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은 동의했지만 유일하게 검찰만 공수처가 ‘독립 수사기관’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김 처장은 2022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과 연결이 안 돼 100억 예산이 들었는데도 반쪽짜리”라고 토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검찰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공수처의 킥스 연계를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공수처 간 협의체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공수처와 검찰, 경찰은 2021년 3월 처음 3자 협의체 회의를 열고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논의했으나, 약 3년이 흐른 지금까지 2차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검찰 외 다른 기관까지 공수처와 마찰을 빚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김 처장과 여 차장이 후임 처장 인선 관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행위에 대해 부패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대면조사를 시도하기 위해 경기 과천시 공수처 청사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공수처는 서면조사 외에 출석·대면조사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공수처와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공수처법 개정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국회 토론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과 경찰의 역할분담을 공수처의 경우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현재 공수처의 열악한 인적, 물적 기반을 고려하면 입법 정비를 통해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처장도 지난 16일 마지막 언론 브리핑에서 “공수처법 원안에는 수사기관 간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없어진 게 굉장히 아쉽다”며 “(기존에 있던) 권한을 나눠 갖는 관계에서는 임의적인 협력이 이뤄지기 어렵다. 법으로 돼 있지 않은 이상 협력할 유인이 없다. 입법적 해결이 있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있다”고 했다.
검찰 출신으로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예상균 변호사는 연구논문 ‘공수처와 검찰의 국민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의 필요성’에서 검찰이 다른 기관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처럼 공수처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도 협력관계 구축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다른 기관들도 부패 척결 등 공동의 목표 아래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는 공수처에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공수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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