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저출산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전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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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양당의 공약 경쟁을 두고 ‘패키지 종합대책(더불어민주당)’ 대 ‘체감형 시리즈물(국민의힘)’의 대결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주거·재정 지원을 망라한 저출생 대책을 한데 모아 공개했다.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공약발표회를 열고 “국가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라며 “민주당은 결혼과 출산, 양육을 망라하는 획기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자녀 수가 늘수록 더 큰 평수의 공공임대주택(분양전환형)을 제공하는 ‘우리아이보듬주택’이 이날 민주당의 대표상품이었다. 모든 신혼 가구에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결혼출산 지원금’, 정부와 부모가 함께 아이의 장래 목돈을 마련하는 ‘우리아이 자립펀드’ 등도 선보였다.
그 외 각종 돌봄 대책, ‘인구위기대응부’(가칭) 신설 등을 포함해 민주당이 추산한 정책 집행비용은 연간 28조원 규모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재정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한 총 재원 부담도 비슷한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부담과 기업 등 고용주의 부담이 모두 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까지 (야당이) 집계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조세특례제한법·고용보험법 등 법 개정 사안부터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저출생 해법과 관련해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담은 뉴스 패러디 영상물을 공개했다. 실수투성이 기자가 등장하는 1분 30초 분량의 영상을 시청한 이 대표는 “당황스럽다. 저게 컨셉이냐”며 “어설픈 설정이지만, 정책은 어설프면 안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강남구 중소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총선 1호 공약 저출생 대책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두아 업체 대표. 국민의힘은 이날 공약 발표를 한 위원장이 '택배 1호사원'으로 '국민택배 정책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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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공개한 ‘일·가족 모두행복 1탄’ 공약에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맨 앞에 내세웠다. 여당으로서 정부 조직 개편을 주도해 유기적 당·정 협력을 이끌어가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약 배달식에서 “(기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또 폐지를 공약했던 여성가족부의 저출생 관련 업무를 신설되는 인구부로 합치겠다”며 “인구를 유지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 방법을 즉각 실천할 부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기금과 기존 조세수입, 일반회계 전입금 등 다양한 국가재원을 다각도로 활용해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 안정적 재원부터 마련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계획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아빠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중소기업 육아휴직 동료 업무대행 수당 신설 등 세부 공약을 소개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민주당 발표를 의식한 듯 “오늘 발표한 내용은 ‘시즌1’”이라며 “연 3조 안팎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2번째, 3번째 저출생 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정책 수요자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공약을 만들자”는 게 한 위원장의 주문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지도부가 다 같이 택배 배달원 조끼를 맞춰 입고 서울 역삼동의 중소기업을 찾아가 공약을 담은 택배 상자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자 제1호 택배사원”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강남구 중소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총선 1호 공약 '일·가족 모두행복'을 배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약 발표를 한 위원장이 '택배 1호사원'으로 '국민택배 정책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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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야의 공약 발표가 공교롭게 겹친 건 양당 모두의 전략적 판단 결과였다. 민주당은 피습을 겪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이튿날 정책 발표 신호탄을 쐈고,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전국 순회 마무리 직후부터 공약을 공개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각 당을 지휘한 두 사람은 이날 약속한듯 상대를 팽팽하게 견제했다. 이 대표는 “오늘 국민의힘이 급작스럽게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는 걸 어젯밤 긴급뉴스로 들었다”며 “여당은 집권을 했음에도대선 때 했던 (관련) 약속을 거의 지키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한 위원장도 5시간 뒤 “좋은 것을 다 모아서 1년에 28조, 29조 상관없는 정책을 제공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금성 지원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감대를 얻기는 어렵다”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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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정용환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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