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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김승현의 시시각각] 별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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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승현 사회디렉터


최근 ‘수능 위로곡’으로 뜬 노래에 뼈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의인화한 감성이 첫 소절부터 처절했다.

‘나는 내가/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난 내가/벌레라는 것을~.’ 노래의 제목은 ‘나는 반딧불’이다.

하늘의 별인 줄 알았는데 숲속 벌레였다니. 너무 컸던 기대, 그래서 더 큰 실망, 헤어나기 힘든 무력감…. 대학 입시를 망친 스물 안팎 청년들을 노래의 후렴구가 달래주고 있었다. ‘~ 그래도 괜찮아/난 빛날 테니까~.’ 자존감을 잃지 않겠다는 청년들, 그들을 위로하는 멋진 노래 모두에 물개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빛나는 반딧불이의 착각처럼

별 같던 정치인의 실체 드러나

허탈한 국민 누가 위로해 주나

‘나는 반딧불’을 부른 가수들의 인생 스토리는 노래의 울림을 더한다. 이름도 생소한 인디밴드 ‘중식이’가 2020년에 만들었고, 37세 무명가수 황가람이 지난달 리메이크했다. 음악을 더 잘하고 싶어 경남 창원시를 떠나 상경한 가수는 택배, 생체실험 알바, 노숙자 생활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십수 년의 경험이 노랫말 속 반딧불이에 투영돼 흉내 내기 힘든 호소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늦깎이 스타가 될 기회를 잡은 그가 성공 가도를 달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유튜브에 올라온 인터뷰를 보니 안심이 된다. 가수 황가람은 “울림이 큰 노래를 담아 내려면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릇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만의 빛을 지켜내는 방법을 터득한 걸까.

노래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다 문득 ‘인기 떡락’ 정치인에게도 찰떡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진/별인 줄 알았어요/소원을 들어주는/작은 별~/몰랐어요/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나는 빛날 테니까~’.

대권주자로 부상해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정치적 장면을 ‘별의 순간’이라고도 하지 않았던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종종 언급해 유명해진 표현이다. 그는 2021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별인 줄 알았던’ 정치인은 과연 국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가. 기대는 더 큰 실망이 됐다. 명태균이라는 정체불명 인물의 녹취 파일로 윤 대통령 부부 모두가 휘둘렸다. 별의 순간마저 조작을 의심받는 황당한 대화에 국민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대통령 후보 부부와 거물 정치인까지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이는 또 다른 우주가 있었나. 거기서 개똥벌레를 별로 만드는 연금술이 자행된 것인가.

야당의 대권주자 이재명 대표도 별의 순간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 5개의 재판을 받는 그는 10일 간격으로 유죄와 무죄, 두 개의 판결을 받았다. 25일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 판결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듯하지만, 15차례의 롤러코스터 판결(5개의 재판이 3심까지 갔을 경우) 중 겨우 2개만 지났을 뿐이다.

“위증과 교사는 있었지만, 위증교사의 고의는 없었다”는 궤변 같은 법리가 유지될지도 혼란스럽다. 정작 국민에겐 22년 전 38세의 나이에 ‘검사 사칭’에 연루된 이재명 변호사가 20여 년이 지나도록 거짓과 위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만 각인됐다. 정치검찰의 공격이자 억울한 누명이라 주장하지만, 정적과의 갈등과 음모의 상흔은 진즉에 책임 있게 정리했어야 했다.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는 기묘한 녹음 목소리를 ‘무죄’로 듣는 국민은 많지 않다.

별의 순간을 고대하고 있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두 선배의 전철을 밟기 직전이다. 의문에 휩싸인 당 홈페이지 게시판 글이 한 대표 가족의 것인지가 불신의 뿌리로 자리 잡는 상황인데도 위기 관리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이렇듯 별은커녕 반딧불이조차 찾아보기 힘든 작금의 정치판은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다. ‘나는 반딧불’을 국민 위로곡으로 추천해 본다.

김승현 사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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