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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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출판기념회를 통한 편법적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이미 마친 상황에서 나온 뒷북 공약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출판기념회 형식을 빌려 정치자금을 받는 관행을 근절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찬성하면 바로 입법이 될 것이고, 반대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모두 지금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어 책값보다 훨씬 큰 돈을 받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허용돼 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언젠가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 저는 그리고 국민의힘은 진짜 할 것”이라며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는 한 위원장이 내놓은 다섯 번째 정치개혁 공약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귀책 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50명 감축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이 이슈에서 다른 소리 하면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쓴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현행법상 정치자금이 아니어서 모금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책을 팔면서 정가를 훨씬 넘는 돈을 받더라도 문제가 없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소속 상임위원회 유관기관 등에 책을 팔아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자택에서 나온 현금 3억원에 대해 “출판기념회 때 남은 돈과 부친상 조의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출판기념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번번히 무산됐다.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153명이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같은 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정가 판매만 허용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법 개정 시도마저 뜸한 실정이다.
한 위원장이 출판기념회 규제 추진 공약을 내놓은 시기가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인 지난 11일부터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총선 출마예정자들은 이미 출판기념회를 마친 것이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전직 대통령실 참모와 장·차관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10일까지 집중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현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출판기념회 개최에 관한 페널티를 적용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추가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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