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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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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대학·병원평가도 하는데…게으른 국회, 성적표 매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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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1년 6개월간 국회 사무총장 재임 기간의 최대 성과로 “공직 사회에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을 꼽았다. 법을 바꿔 국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이 지역 케이블TV에 송출될 수 있게 하는 등 국회 사무처 업무 영역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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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게으른 국회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정치인도 매년 평가를 통해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존망(存亡)의 갈림길에 처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무능함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거주지인 서울 종로 불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는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Q : 당에 복귀 신고를 마쳤다. 국회 사무총장으로 지켜본 국회는 어땠나.

A : “정치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Q : 어느 정도인가.

“미국 연방하원의 본회의는 1년에 100차례 열린다. 한국 국회는 37회에 불과하다. 상임위 회의 횟수는 우리가 500회, 미국 하원은 3000회다. 그러니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거다.”

Q : 해법이 있나.

A : “정치인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손흥민·이강인 선수도 매 경기 평가를 받는다. 기업인은 기업공개와 주주총회를 거친다. 대학평가·병원평가도 있다. 정치인도 일자리와 주거, 보육·교육, 노후·연금 정책에 무얼 했는지를 기준으로 1년마다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말 잘하는 이미지?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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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현재 운영 중인 국회 연금개혁특위와 인구위기특위, 기후위기특위에 대해 “아무런 입법 권한이 없기 때문에 힘이 없다”며 “국회에 상설 기구로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여야의 전직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같은 중진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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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윤석열 정부도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내세웠다.

A : “방향은 좋았고,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없었다. 교육개혁 얘기하더니 ‘킬러 문항이 문제다. 조사하라’고 했다. 연금개혁도 ‘많이 내고 늦게 받자’는 산수만 얘기만 할 뿐, 자기 입장이 없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강원지사를 지낸 이 전 사무총장은 “기업인과 함께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인 공직자의 엔진이 현 정부에서 멈췄다”며 “감사원이 직권남용·직무유기로 ‘정치 감사’를 벌이니 부처 공무원이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Q : 이번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A :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3년 차 중간 평가로 본다. 정부가 민생·경제에 무능하고 소통하지 않으니, 국민의 과반이 반대하는 거다.”

Q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86 기득권 척결론’을 내세웠다.

A :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86 운동권’ 출신이고,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기득권 세력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다. 한동훈 위원장은 국민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부터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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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본인 지지도는 오르지만, 정작 국민의힘 지지율이나 대통령 국정지지도엔 변화가 없다”며 “정치를 너무 게임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이어 “검사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지만, 정치는 갈등을 줄이고 미래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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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야당이 분열한다는 진단도 있다.

A : “국민은 (정권 심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도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통합된 모습과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이해찬·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채정 전 국회의장 같은 원로 그룹, 그리고 우상호·최재성 등 불출마 선언을 한 중진 그룹과 70·80년대생 신진까지 묶는 통합 선대위가 필요하다. ”

Q :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2선 퇴진’ 주장도 있다.

A :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14%로 떨어졌다고 사퇴하라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이른바 ‘집토끼’(고정 지지층)는 이 대표가 튼튼하게 만들어가고, ‘산토끼’는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하면 된다.”

이 전 총장은 여야의 현 상황에 대해 “상대를 공격해서 내부를 결집하는 후진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가 산업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은 현재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진보가 이룬 민주화 성취 뒤엔 전 세계 1위 갈등 사회가 됐다”며 “성과는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갈등을 조정하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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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중에 법률가는 많지만, 이공계 출신은 9%에 불과하다”며 “기술을 잘 아는 분들이나 소셜벤처를 통해 익선동이나 성수동을 만든 분들, 또는 사회복지사 같은 분들이 국회에 더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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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서울 종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A : “저도 사람인데 종로에 애착이 왜 없겠나. 여기서 대학 시절 야학도 했고, 제가 노무현 대통령께 서울 종로 출마를 건의하고 먼저 올라와 30년을 지냈다. (19·20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정세균 전 총리와 선거 준비도 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 사위와 경쟁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Q : 권양숙 여사의 부탁이 있었나.

A : “그런 건 아니다. 스스로 결심했다.”

Q : 다른 출마 지역은.

A : “선당후사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역구가 미래를 열어갈 만한 일터였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께서 인천·부산 경제자유구역과 세종시, 그리고 여러 혁신도시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런 곳에 플러스알파를 하고 싶다. 빈 살만의 ‘네옴시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도시’ 같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오현석·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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