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인터뷰
“평창 올림픽 열렸던 곳서 경기… 미래의 올림픽 스타 탄생 기대
2036년 여름올림픽 희망 도시 여럿… 서울, 강력한 경쟁도시 될 수 있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대회 준비는 완벽에 가깝다. 이번 청소년올림픽에서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날지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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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클로이 김, 제2의 에일린 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을 위해 한국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71)은 대회의 성공 개최를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6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평창, 강릉, 정선, 횡성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79개국 1803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에서 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뽐낸다.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에선 항상 특별한 일이 생긴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선 미래의 올림픽 스타가 될 재능 많은 어린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당장 2년 뒤인 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무대를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엔 역대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가 선수 341명이 출전했다. 스노보드의 클로이 김(24·미국)과 프리스타일 스키의 에일린 구(21·미국 중국 이중 국적)가 대표적이다.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올림픽 2관왕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연속 제패했다. 2020 로잔 청소년올림픽 2관왕인 에일린 구 역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바흐 위원장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어린 여자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IOC는 이런 선수들이 올림픽의 꿈을 키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선수가 거의 같은 비율로 출전한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서는 평창 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 바흐 위원장은 “어린 선수들이 평창의 레거시(유산)를 누릴 수 있어 다행이다. 선수들은 6년 전 자신의 영웅들이 뛰었던 곳에서 경기하게 된다. 이번 대회의 레거시는 다시 미래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평창이 눈과 얼음을 보기 힘든 나라 선수들을 위해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기념재단은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고 있다. 많은 나라 선수가 도움을 받았다.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올림픽의 가치도 널리 알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해 겨울 스포츠를 익힌 아르헨티나, 몽골, 이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네팔 등 6개국 청소년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바흐 위원장은 IOC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올해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레이킹과 서핑 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는 “IOC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새 시대 스포츠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후 줄곧 그래 왔다”며 “IOC는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묻자 그는 “‘예스’이자 ‘노’라고 말할 수 있다. e스포츠의 올림픽 진입은 차츰 논의할 수 있지만 이미 자체적으로 큰 대회를 치르고 있다. 현재로선 관련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 의사에 대해서도 바흐 위원장은 “IOC로서는 훌륭한 옵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의 레거시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올해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의 레거시도 이어갈 수 있다. 세 차례의 올림픽 개최를 통해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행정가들을 배출했다.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도시들이 여럿 되지만 서울도 강력한 경쟁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서독 펜싱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바흐 위원장은 은퇴 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해 세계 스포츠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이기고 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며 “내 인생엔 수많은 도전이 있었고 항상 성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가끔 패배했지만 모든 위기는 동시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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