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영구처분시설 될까" 걱정
임시시설도 포화라… 증설 불가피
경북 울진군 원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한울원자력본부 앞에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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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등에서 나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핵폐기물)의 영구처분시설을 짓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규정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전 소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특별법이 이번 회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원전 소재 5개 시·군 주민 500만 명과 힘을 합쳐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범대위 소속 100여 명은 지난달 20일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준위 특별법을 신속 제정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희열 범대위 사무처장은 “법안을 통과시켜 당장 영구처분시설 건설 절차에 들어가도 37년 뒤에나 운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법안 처리를 외면한다면 원전 소재 주민들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특별법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고수하는 야당과 원전 확대를 바라는 여당이 핵폐기물 발생량을 놓고 대립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핵폐기물처리시설이 없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국내 원전은 1978년 첫 가동 후 발생한 1만8,600톤의 폐기물이 고스란히 원전 내에 임시 보관돼 있다. 울진군을 비롯해 원전 소재지 5개 시·군 주민들은 특별법 처리 불발로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시설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운영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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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특별법은 표류하는데 원전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구정지된 원전을 합쳐 국내 원전 27기 중 7기가 몰려 있는 울진군은 올 상반기 신한울 2호기가 준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지난 정부 때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돼 완공하면 총 10기로 늘어난다. 이러한 사정은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군(총 6기)과 부산 기장군(총 6기), 울산 울주군(총 2기), 경북 경주시(총 6기)도 마찬가지다.
원전마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인 점도 골칫거리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2030년 영광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울진군 한울원전, 2032년엔 경주시 월성월전, 2037년에는 경주시 신월성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다 찬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증설을 시도한다면, 지역주민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 경주시는 2020년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건식저장시설)를 증설할 때 원전 건설 못지않은 진통을 겪었다. 김성학 경주시 부시장은 “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지역 어디서도 임시저장시설 증설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원전 혜택을 누린 현 세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법안 취지대로, 국회가 속히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진·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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