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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탈당한 이낙연 “총선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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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낙연


이낙연(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탈당 선언과 함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총선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출마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진행자가 ‘(출마 대신)오직 총선을 돕는 역할로 함께할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총선 90일 전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야권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김대중·노무현의 정신,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을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저의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으나 회견은 출정식에 더 가까웠다. 지지자들은 국회 소통관 로비를 가득 채우고 “이낙연”을 연호했다.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고 강조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다”고, 민주당을 향해선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뜻 같으면 누구라도 협력”이준석 “엄중 이미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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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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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거칠게 비판했다. 소속 의원 129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당 아닌 정계 은퇴가 정답”(정청래 최고위원), “제2 안철수의 길 축하”(윤준병 의원) 같은 비아냥도 쏟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이낙연) 대표 본인”이라고 썼다. 우원식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정신을 분열로 거스르고, 본인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민심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첫발을 뗀 ‘이낙연 신당’의 연대 대상으로는 전날 탈당한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먼저 거론된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힌 데다 이미 양측이 긴밀한 소통을 주고받는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이른바 ‘낙·준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협력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전 대표가 ‘엄중 낙연’이라는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함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측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곧장 담판을 짓거나 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당분간 각자 지지층을 다진 뒤 연대할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낙연 신당’ 입장에선 민주당 내 추가 탈당 여부도 관건이다. 측근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절박하고 간절한 때에 분열은 있을 수 없다”(이병훈 의원)거나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탈당한다는 것은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개호 의원)이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당내에선 “최종 탈당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재선 의원)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붙으면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민주당 입장에선 분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추후 공천 등 민주당 사정의 변화에 따라 개별 의원 추가 탈당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공개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10차 검증 결과에선 이헌욱(경기 용인정) 전 GH 사장과 윤용조(부산 해운대을) 당 대표실 부국장, 모경종(인천 서을) 당대표실 차장 등 이재명 대표 최측근들이 대거 적격 판정을 받았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전혀 측근들을 제어하고 있지 않다”며 “측근들이 이렇게 많이 출마하면 권리당원 투표에서 몰표가 쏠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날엔 비명계 의원 이름이 다수 적힌 정체불명의 ‘의원 평가 감점 대상’ 명단이 나돌아 지도부가 “당을 음해하려는 악질 가짜뉴스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파장의 크기는 결국 이재명 대표의 대응에 달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신당’이 민주당 총선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이재명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계파 안배를 신경 쓰고 혁신적 모습을 보인다면 그 영향은 결과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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