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 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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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미 주요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할 길이 열린 것이다. 스스로 아무런 가치도 만들지 못하고 생산 능력도 없는 현물 ETF 디지털 자산이 미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처음이다. SEC가 승인한 대상은 블랙록·그레이스케일·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이들 ETF는 이르면 11일부터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 상장을 승인한 지 2년3개월 만에 나왔다. 비트코인 선물계약을 구입해 보유하는 선물 ETF와 달리 비트코인 자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는 2013년 처음으로 SEC에 상장 승인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가격 조작 가능성이 있고,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21년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으로 출시되고, 지난해 8월 그레이스케일이 SEC를 상대로 “비트코인 신탁을 현물 ETF로 전환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현물 ETF의 상장 승인 관측이 우세해졌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가장 지속가능한 미래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주식의 상장·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이) 비트코인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연계된 상품의 위험성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500억~1000억 달러(약 131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주원 기자 |
반면에 시장 기대감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2022년 11월 1만6000달러까지 주저앉았다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지난해 말 폭등하면서 4만 달러 선을 넘었다. 데니스 켈러허 싱크탱크 ‘베터마켓’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역사적 실수”라며 “SEC의 조치는 이 쓸모없는 금융상품에 대해 아무것도 바꾼 것이 없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여전히 합법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가 일괄 승인되면서 시장 1위를 선점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레이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보수비용을 0.3%에서 0.25%로 낮추고, 첫 12개월간 50억 달러의 자산에 한해 0.12%의 보수비 프로모션을 적용한다. 아크인베스트는 첫 6개월간 0% 수수료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검토 여지는 있지만, 미 거래소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금융투자업자의 중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은 “자체 ETF를 출시하기 위해선 커스터디(수탁)가 중요한데, 국내에 몇몇 업체가 있긴 해도 인프라가 더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SEC 결정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4만7647.22달러까지 올랐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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