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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다회용기, 간편·환경보호 일석이조"…서울시 사업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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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0개 자치구→2026년까지 '제로식당' 모든 구…우수가게 인증현판

그릇은 '잇그린'이 회수·처리해 소비자 편리…"536t 폐기물 감소 효과"

연합뉴스

중국 음식 꿔바로우가 담긴 다회용기를 들고 있는 오길석(53)씨
(서울=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음식점에서 사장 오길석(53)씨가 중국 음식 꿔바로우가 담긴 다회용기를 들고 있다. 오씨의 가게는 2022년 12월부터 서울시의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인 '제로식당'에 참여하고 있다. 2024.01.10 [잇그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한 번 다회용기를 이용해 본 손님은 계속 다회용기로 주문하시더라고요. '다회용기가 없으면 주문 취소해주세요'라는 요청 사항이 달릴 때도 있어요."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마라탕 음식점에서 만난 오길석(53) 사장은 주방 선반에 쌓인 스테인리스 밀폐용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마라탕과 마라샹궈, 꿔바로우 등 중국 음식 전문점인 오씨의 식당에선 음식을 배달·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다. 2022년 12월 서울시의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인 '제로식당'에 동참하면서다.

배달의 경우 주문 음식이 다회용기와 가방에 담겨 배달된다. 손님은 마라탕을 먹은 뒤 집 밖 현관문 앞에 다회용기를 놔두고 QR코드로 '용기 반납'만 신청하면 끝난다.

나머지는 업체가 맡아 처리해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 남은 그릇은 다회용기 공급·회수·세척 서비스 '리턴잇'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잇그린이 수거한다.

과거 중국 음식을 시켜 먹은 뒤 현관문 앞에 그릇을 내놓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용기를 공급하고 회수·세척하는 업체가 별도로 있다는 점이다.

이용에 따른 별도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도 없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 입장에선 부담이 없다.

반납한 다회용기는 애벌세척→불림→고온세척→헹굼→건조→살균소독→검사 7단계의 위생적인 세척 과정을 거쳐 식당으로 다시 공급된다.

시는 무작위로 다회용기의 유기물 오염도(ATP)를 검사하고 민간보다 4배나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등 위생관리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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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다회용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시는 음식 배달·포장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배달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제로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시는 2021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함께 강남구에서 음식 배달 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펼쳤다.

2022년 4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등 4개 배달앱 업체와 '제로 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배달앱 내 다회용기 주문 기능을 도입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강남·서초·관악·광진 서대문구 등 5개 자치구에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동작·송파·성동·마포·용산구가 합류해 10개 자치구로 확장됐다.

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음식 배달·포장 서비스 거래액은 26조6천593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5조2천627억원)보다 약 5배로 급증했다.

연도별 주문 수와 모집 식당 수는 2021년(10월 이후) 1천201건, 70곳에서 2022년 2만9천384건, 490개소로 늘었고 지난해(11월까지)에는 9만1천484건, 1천341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2022년)에 따르면 배달 음식 이용자는 1인당 연간 약 10.8㎏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이는 국민 1인당 사용량(88㎏)의 12% 수준이다. 배달 음식 소비에서 나오는 일회용기만 줄여도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잇그린에 따르면 배달용 다회용기 사업으로 지난해 8월 기준 약 56만3천22㎏(약 536t)의 폐기물이 줄어들었다. 개수로 치면 약 375만3천483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기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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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최우수 가게로 선정된 오길석(53)씨의 매장
[촬영 최윤선]



서울시는 배달앱과 연동해 다회용기의 대여부터 회수·세척, 재공급까지 사업 체계를 구축해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는 배달앱으로 음식 주문을 하면서 번거로운 절차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선 일회용기와 비슷한 가격에 다회용기를 사용해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용기 사업자는 다회용기 공급, 세척과 회수 체계를 통해 안정된 사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가게가 참여하고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을지 '인센티브' 마련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다회용기 우수가게' 정책이다. 다회용기 사용 가게 중에서 모범업소를 선정해 인증 현판을 증정하고 시상하는 제도다. 업체에는 마케팅 효과와 함께 '친환경 활동에 참여한다'는 효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전체 주문 톱 3', '루키 주문 톱 3', '다회용기 홍보 베스트 3' 등 다양한 형태로 업체를 격려하고 주문량 증대를 북돋우며 협력을 넓히는 방식이다.

오씨 가게의 경우 다회용기 사용 업체 중 가장 많은 주문 수를 기록하며 '다회용기 최우수 가게'로 선정됐다.

오씨는 "일회용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인데 주문하는 손님들도 '다회용기로 배달돼서 더 따뜻하게 먹을 수 있고 뒤처리가 간편해서 좋다'는 후기를 남기니 일석이조"라면서 "앞으로도 다회용기 사용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시는 2026년까지 25개 모든 자치구에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내 배달음식점의 약 15%인 5천개 식당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게 목표다. 또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약 체결 등 협업을 통해 다회용기 배달·포장 메뉴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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