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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종식에 동물보호단체 "오래 기다렸다" 개농장주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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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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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한국은 개 식용 산업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가 됐다. 한국이 개 식용을 법에 명문화한 지 51년 만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시작된 개 식용 금지 운동이 30여 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며 “전 세계서 개 식용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인데, 앞으로 진행할 산업 종식 과정은 향후 식용 고기를 제한하고자 하는 다른 국가에 모델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키티 블록 대표와 제프 플로켄 대표이사는 공동 성명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절망적인 환경에 처한 수많은 개가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과 결핍을 견뎌왔는데, 감사하게도 이 시간의 끝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했다”고 했다.



82.3% 찬성 여론 딛고 속전속결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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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한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들. 사진 동물권 단체 케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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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은 6개월 뒤 발효되며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2027년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판매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최대 3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법안은 대통령실과 여·야가 함께 추진해 법안 처리 속도가 빨랐다. 여론도 형성됐다. 8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개한 ‘2023 개 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3%가 개 식용 금지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남은 52만 사육 개 처리 어떻게?



남은 과제는 개 식용 산업의 퇴로와 사육 개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100여 곳의 개농장이 52만 마리의 개를 사육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농장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등은 영세한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본다. 특별법 6조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개 사육 농장주, 개 식용 관련 도축·유통상인, 개 식용 관련 식품접객업자의 폐업 또는 전업에 대한 지원책이 포함된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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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의힘이 연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등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개식용금지법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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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주들은 우려했던 대로 법이 통과되자 “망연자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농장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는 그동안 사육견 마리당 200만원, 폐업하는 시설 배상 등 지원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개농장을 운영하는 주영봉 대한육견협회장은 “현재 케이지 시설로 이뤄진 개농장을 다른 축사 건물로 이용할 수 없어 전업도 쉽지 않다,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육견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주 회장은 “개들을 (국가가) 매입해도 처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보호소에 다 보낼 수도 없고, 전 세계의 동물권 단체들의 이목이 쏠렸는데 안락사라도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이번 법 통과가 보호시설 확충 등 방안으로 이어져 사육견들에게도 끝까지 정의로운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 종사자들의 퇴로와 사육견을 지원하는 방안은 향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수립할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에 포함된다. 아직 지원 규모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동물 복지 물결 속 한국 개 식용 문화도 종식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구증(狗烝:개찜)’이란 명칭으로 조선 시대 임금 수라상에도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근대 이전부터 이어진 식문화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안정되게 하고 혈맥을 돕는다’고 기록돼 있다. 개고기를 보신탕으로 부르게 된 이유다.

개 식용이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51년 전인 1973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가축의 범주에 개가 포함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실제 개 사육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이뤄지며 비위생적 운영과 항생제 남용 등으로 논란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고기 섭취 시 광견병, 콜레라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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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재석 210명 중 찬성 208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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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창환 서울대학교 연구윤리처 변호사는 “개 식용 금지 법은 개를 반려하는 인구가 늘면서 개 식용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뤄진 사회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동물보호법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데 기초한다”며 “식용 금지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축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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