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캐나다 중고가게에 가면 캐나다 문화가 보인다[통신One]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밸류빌리지. ⓒ News1 김남희 통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밸류빌리지(Value Village), 쓰리프트(Thrift), 리스토어(Restore) 등 이 이름들은 캐나다에 정착하면서 처음 들어 본 아주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보통 북미권의 슈퍼마켓들인 월마트(Walmart)나, 소비(Sobeys), 슈퍼스토어(Superstore)들은 익숙한 이름이라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대형 마트인 줄 알았고, 처음 정착할 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저 가게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어서 들어가 볼 생각도 않았다. 먼저 정착하신 한국 분이 언젠가 중고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보라고 적어줬던 종이를 보니 저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처음 이민자들에게는 집안 살림을 모두 구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 적당한 중고를 사는 것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별 기대 없이 갔던 중고 가게들은 정말 대단했다.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 물건들이 일목 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처음 들어섰을 때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어질어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건보다도 여기 시스템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자세히 관찰하고 가게 소개 글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와 거의 비슷한 형태의 중고가게였다.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기증하고, 그것을 분류하는 사람들, 깨끗이 닦는 사람들, 진열하는 사람들, 계산하는 사람 등 일이 세분돼 있고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져 있고, 물건이 판매된 금액들은 또다시 기부를 하는 형태이다.

이 중고 가게들에 가면 어느 가정의 누군가가 입었던 헌 옷부터 시작해 식기류, 도서, 신발, 소형 가전용품들이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중고 물품이 그러하듯, 이걸 다시 쓸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새것 같은 중고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캐나다는 다민족들이 모여 살다 보니 다양한 나라의 물건들도 볼 수 있고, 간혹 캐나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 기부했을 듯한 한국 장식품과, 한글이 쓰여있는 티셔츠도 볼 수 있다.

가끔 특별한 날에는 그날을 위한 이벤트 상품들이 한 달간 매장을 가득 매우기도 한다. 핼러윈데이가 있었던 10월은 한 달 내내 핼러윈 코스튬들을 판매하고 있어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코스튬을 구입할 수 있었고 12월은 온갖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매장에 가득 차 있다. 하루 잠깐 이벤트를 위해 쓸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 꿀팁이다.

리스토어는 생활용품보다는 가구나 집을 리모델링할 때 쓰는 중고 자재들을 파는 곳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워낙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집을 스스로 고치고 인테리어 하는 것이 생활화되다 보니 몰딩, 문, 페인트 등 인테리어 자재들도 많다.

가구들은 엔틱 스타일이나 고가구가 주를 이룬다. 요즘은 캐나다 젊은이들도 이케아(IKEA )나 스트럭튜브(Structube) 같은 깔끔한 조립 가구들을 많이 사용하지만 오히려 고전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원하면 이곳에서 중고로 가구를 사는 게 안성맞춤이다.

이 중고 가게들은 보통 대형 마트나 몰이 모여 있는 상업 지구에 함께 있기 때문에 마트에 장을 보고 심심풀이로 갔다가 좋은 물건을 '득템'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일부러 들러 매장을 샅샅이 뒤져 찾아오기도 한다.

현재 캐나다의 옷이나 신발도 당연히 10달러로는 살 수 있는 것이 없다. 1달러로도 사탕 하나 사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는 10달러의 기쁨, 1달러의 기쁨을 느끼며 매장 밖을 나올 수 있다. 바구니 가득 이것저것 담아도 30달러가 넘지 않는다.

캐나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기부문화를 배운다. 아이들이 학교 놀이터를 짓기 위해 1달러를 기부하기도 하고, 전쟁 잠전 용사들을 위해 양귀비 브로치를 사서 기부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불우한 이웃을 위해 크리스마스 엽서를 사며 기부한다. 자라면서 배운 이 기부 문화가 어른이 되어서도 생활 속에서 나타나고 그 문화들이 이런 중고 가게 곳곳에도 스며 있다. 옷이나 신발을 그냥 버리지 않고 기부하여 또 다른 사람들에 쓰임이 되게 하고, 또한 어릴 때부터 배웠던 봉사 정신을 통해 이런 중고가게에서 봉사를 하는 보람을 느낀다.

캐나다 중고 가게들, 그곳은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가 기증한 새로운 물건들로 넘쳐난다. 매장 안에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냄새로 가득하다. 가끔은 손으로 코를 막으며 다니기도 하지만 그곳에 가면 물건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물건들이 지니고 있는 각자의 사연들이 빛바랜 모습으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이야기들을 집으러 가져 오기 위해 오늘도 캐나다인들은 그곳으로 향한다.

zziobe1052@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