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에 문 연 무료 진료소… 2018년부터 224차례 의료봉사
지난해 10월 공익법인 만들어
건강보험 미가입자 진료 도와
“의료사각지대 해소-정착 지원”
김종선 고려인광주진료소장(오른쪽) 등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광주 광산구 무료 진료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려인광주진료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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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더 따뜻한 광주와 고려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광주고려인마을에서 6년 가까이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종선 고려인광주진료소장(52·첨단우리병원장)은 3일 이렇게 말했다.
고려인광주진료소는 2018년 3월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문을 열어 이달까지 70개월 동안 224차례 무료 진료를 했다. 이 기간에 자원봉사자 5064명이 고려인 환자 9784명을 보살폈다. 이처럼 고려인광주진료소 1회 진료에 평균 자원봉사자 23명이 참여해 고려인 환자 44명을 보살필 정도로 자원봉사의 힘이 컸다.
2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펼쳐진 의료봉사활동에는 의사 4명, 간호사 2명, 통역인 11명, 시민 14명 등 자원봉사자 31명이 참여했다.
이태민 고려인광주진료소 기획이사(43·선한병원 정형외과 원장)는 이날 진료대 설치부터 환자 진료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에게 더 완벽한 진료를 하고 싶지만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아픈 고려인들이 쾌유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밤 여는 고려인광주진료소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산부인과를 비롯해 치과, 한방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를 한다. 또 결핵·혈액검사는 물론이고 심장·복부 초음파 등 각종 진단검사를 한다.
김 소장은 “6년 동안 무료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의사 50여 명, 약사 10여 명, 간호사 10여 명을 비롯해 의대 학생들, 통역인 등 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이라고 말했다.
고려인들은 1864년 연해주로 이주를 시작해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간직한 채 모국에 독립운동 자금을 보내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1937년 당시 소련 정부에 의해 1만5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했고 현재 고려인 후손 50만 명이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15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월곡동을 중심으로 조성된 광주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 7000여 명이 살고 있다.
고려인광주진료소는 고려인 의료사각지대 해소와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진료 초기에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을 모으는 것이 어려웠다. 진료를 받는 일부 환자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근본적인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료 진료활동을 이어오던 의료인들은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료인 모임을 구성해 지난해 10월 공익법인을 만들었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고려인 환자들을 돕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진료를 시작하기 1∼2시간 전에 평소 커뮤니티센터 등으로 사용되는 공간에 진료대 등을 설치한다. 또 한국어를 모르는 고려인 환자들에게 각종 질병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 소장은 “의사 등 각 분야 자원봉사자를 모아 진료 조율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자원봉사자들과 환자 양측 모두 만족하는 봉사활동 시간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주민들은 고려인광주진료소의 의료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이 최근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진료받은 주민 92%가 서비스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진료비 무료’(45%), ‘통역을 통한 원활한 소통과 설명’(33%), ‘근접성’(22%) 등을 꼽았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광주진료소가 광주 이주 고려인동포들의 안정된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며 “무료 진료에 참여해 주신 의료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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