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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수업 따라가기 힘들고 친구없어”… 10대 극단선택·자해 시도 7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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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응급실 내원 현황

4만3268명 중 10∼20대가 46%

대면학습 전환 적응 어려움 호소

정부 “위기청소년 발굴·상담 활성”

A(18)군은 학교 가기 전 매일 숨이 막힌다. 친구가 없어 종일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 데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서다. 재택수업이 일상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엔 친구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는데 다시 학교에 가게 되니 심리적 불안이 크다고 한다. A군을 담당했던 청소년 상담관은 “학업도 안 되고, 친구 관계도 안 좋은 아이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자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만남이 생기면서 갈등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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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학업과 대인관계 부담으로 인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자의 절반 가까이는 10대와 20대였다. 10대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해·자살 시도로 인한 응급실 내원 건수가 4년 전보다 70% 정도 급증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약해진 청소년들의 회복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응급실 이용 건수 769만4472건 중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이용 건수는 4만3268건(0.56%)이다. 20대가 1만2432건, 10대가 7540건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5월 기준 응급의료기관 410곳이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IDS)에 등록한 진료 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10대 자살·자해 시도자의 응급실 내원 건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인구 10만명당 응급실 내원 건수는 2018∼2022년 75.5건에서 84.4건으로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대 응급실 내원 건수는 95.0건에서 160.5건으로 68.9% 많아졌다. 병원 방문이 제한된 2020년 코로나19 초기를 제외하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9.6%로 10만명당 응급실 내원 건수가 1건 미만인 0∼9세를 빼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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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수업받던 청소년들의 대면 수업이 전면화하면서 통상 10대 자살률의 주요 원인인 대인관계와 학업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사업총괄본부장은 “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외적 스트레스 요인이 커졌다”며 “청소년의 경우 이런 스트레스 대처능력을 학습해야 하는 시기에 2년 정도 공백기가 생겨 회복 메커니즘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내적·외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는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는데 대처 기회를 학습할 시기마저 줄어 정신건강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아동기에 학대 경험이나 10대에 학교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20대 중후반 정신건강 문제를 겪으며 자살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며 “청소년기 정신건강 문제가 청년기로 이어지는 만큼 회복력을 높이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위기 청소년 발굴과 상담 교육을 활성화하겠다”며 “하반기부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 체계도 구축해 상담 접근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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