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금 수익개선 효과 극대화
출자자 부담 감소·VC 역량 강화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이 VC협회의 새해 최우선 숙원사업으로 ‘퇴직연금의 민간모태펀드 출자 허용’을 꼽았다.
윤건수 협회장은 2일 한국금융신문이 금융권 협회 8곳(은행, 금융투자, 보험(생명보험·손해보험), 여신금융, 저축은행, VC(벤처캐피탈), 핀테크)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업권별 숙원사업에 대한 설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벤처펀드는 장기투자일수록 수익률이 좋은 만큼, 새로운 민간자금인 퇴직연금을 민간모펀드 출자자로 유입시켜 벤처 및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퇴직연금감독규정에 따라 퇴직연금의 비상장 투자가 금지돼 있다. 벤처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출자자 역시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출자자가 아닌 다양한 출자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을 민간모펀드 출자자로 유입시켜 기존 출자 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벤처캐피탈이 증권사·자산운용사· 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벤처모펀드는 간접·분산 투자를 할 수 있어 만약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면 약 1000개에 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장기 투자자금인 퇴직연금의 일부를 민간 모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면 퇴직연금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45조8000억원으로 2019년 이후 연평균 14%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7월 연기금 9곳이 오는 2030년까지 퇴직연금 자산의 5%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최대 보험사 아비바(Aviva Plc)와 투자회사인 리걸앤제너럴그룹(Legal & General Group Plc), M&G 등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최대 500억 파운드(약 83조원)가 벤처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바라봤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벤처 선진국과 달리 민간이 주도하는 모펀드 조성사례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해 10월 19일부터 제도화되면서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총 1000억원 규모의 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이 100% 출자하며 하나은행이 950억원을, 운용사인 하나벤처스가 50억원을 출자한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 10대 초격차 분야에 중점 출자·투자하며 하나벤처스가 10년간 운용할 계획이다.
윤건수 협회장은 “올해 벤처 업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 자금이 정부 정책과 시너지를 내 벤처생태계가 다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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