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연봉 2억 내밀고서야 겨우 구했다" 국립병원 의사난 비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국립마산병원 전경.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마산병원은 이달 초 흉부외과 의사 1명을 뽑으면서 ‘연봉 2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국립결핵병원인 이 병원의 흉부외과 의사 정원은 5명이지만 현재 2명밖에 없다.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시 의사는 기준 연봉의 200%까지 줄 수 있는데, 이를 초과하면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연봉 2억원은 240% 수준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방 근무와 민간보다 낮은 급여로 의사 기피 현상이 심각해 연봉을 민간 수준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국립병원 의사 정원 미달”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공공·필수 의료의 한 축인 국립병원이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청·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답변을 보낸 병원 6곳(국립마산병원·국립목포병원·국립재활원·국립소록도병원·국립암센터·국립중앙의료원) 가운데 의사 직군의 현 인원이 정원을 채운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소속 국립소록도병원은 의사 정원 5명 가운데 1명이 부족한 상태다. 한센병 치료를 담당하는 이 병원은 입원 환자 373명(15일 기준) 가운데 65세 이상이 90%에 달해 노년층이 주 환자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을 진료할 내과·신경과 등 관련 분야 전문의가 1명도 없다. 내과의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공석으로, 공중보건의사 1명이 내과 진료를 맡고 있다. 입원환자의 30%가 치매 환자지만 관련 전문의 부재로 치매센터는 작업치료사의 활동만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 소속 국립재활원은 의사 정원이 26명인데 현원은 18명이다. 8명이 모자라 결원율이 30%에 달한다. 영상의학전문의(4급)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고를 11차례 냈지만,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 재활원 관계자는 “장애인 건강검진을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기계를 비싸게 들여왔지만, 의사가 없어 운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소방청·국과수 등도 의사 인력난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 현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사 구인난을 호소하는 건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소방청은 “구급지도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급지도의사는 구급대원의 구급 활동 등을 지원하는 의사를 말한다.

중앙일보

소방청의 최근 5년간 심혈관·뇌혈관 질환 등 판정 건수. 사진 김원이 의원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방청이 김원이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지도의사의 의료지도 건수(20만9450건)는 2017년(11만1325건) 대비 88.1%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심혈관·뇌혈관 질환 판정 건수가 각각 1.8배, 7.5배 증가하는 등 119구급대의 업무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방청은 현재 9개 권역에 12명 있는 구급지도의사를 19개 소방본부 내 4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지도의사가 모자라면 이태원 참사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시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검 등을 담당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도 부족하다. 법의관은 현재 33명으로 정원 51명의 6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인사처와 협의해 ‘관련 분야 2년 경력 소지자’라는 조건을 뺀 다음 법의관을 채용하고 있다. 이밖에 국토교통부 국립교통재활병원, 고용노동부 산재병원, 국가보훈부 보훈병원 등도 의사 정원이 미달로 확인됐다.

김원이 의원은 “의사 구인난을 겪는 국립병원이 적지 않은 만큼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의대 증원 외에도 의사들이 필수·공공·지역의료에 몸담을 수 있는 지역의사제 등 다른 정책패키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