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고양이를 대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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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펫보험 활성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뒤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오자 보험사들이 펫보험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는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자사 펫보험 상품인 ‘펫퍼민트’를 판매할 경우 시책 700%를 제공하는 정책을 진행 중이다. 월납 보험료 3만원짜리 펫보험을 판매한 설계사에게 격려금으로 21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펫보험 경쟁이 뜨거워지자 점유율 1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KB손해보험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펫보험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KB손해보험은 전담부서를 통해 신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시장과 연계된 다른 산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B손해보험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자기부담금을 없앤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펫보험은 반려동물 의료비 등에 대한 누적된 통계가 없어 손해율 측정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혔다. 특히 진료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아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점도 선뜻 펫보험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보험업계 최초로 장기 펫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메리츠화재가 펫보험 시장 점유율 80% 안팎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해상이 지난 7월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보장하는 펫보험을 출시하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해상은 수술을 받을 경우 하루 최대 250만원을 보장하고, 보호자가 입원할 경우 반려동물 돌봄 비용을 보장하는 담보를 신설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DB손해보험이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출시하며 경쟁은 치열해졌다. DB손해보험은 파격적으로 연간 최대 20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또 보호자가 입원했을 때 반려동물을 애견호텔에 위탁하면 가입 금액 한도를 지급하는 담보를 탑재해 인기를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반려견을 안고 분수정원에서 열린 다둥이가족 초청 행사에 깜짝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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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윤 대통령이 펫보험 활성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금융위원회가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반려동물 등록제도와 진료항목 표준화, 다빈도 중요진료비 게시 등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펫보험 가입률이 아직 2% 미만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률이 낮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라며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 상품을 새로 출시하는 등 활성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핵심 제도 개선 중 하나로 꼽히는 진료내역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은 2020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총 7건이나 발의됐지만 실효성 있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 개정이 14년 만에 이뤄진 점을 들어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도 장기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자동청구도 이제 막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수의업계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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