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 "현실적 불가능" vs 개인투자자 "의지 없으니 안되는 것"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2차 토론회가 열렸지만 개인 투자자 측과 유관 기관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개인 투자자 측은 수백억원을 들여서라도 실시간 잔고 파악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유관 기관은 기관 투자자 자신이 잔고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면서 ‘잔고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27일 한국거래소는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개인 투자자 측은 공매도 차단 대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을 촉구했다.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주문과 관련해 해당 주문이 무차입 혹은 유차입인지에 대한 책임은 증권사에 있다"며 "증권사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주문이 들어왔을 때 걸러주는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시로 든 시스템이 2019년 추진된 대차거래계약 전산화 시스템인 ‘트루웹’ 서비스다. 해당 플랫폼 서비스는 2019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도 증권대차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받아 현재 하나증권이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박 작가는 "해당 시스템은 하나증권 등 소수 증권사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특히 공매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증권사에서는 도입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원회가 해당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구축 시스템 비용도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전 차단 시스템 구축 비용은 거액이 든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지금 유관기관이 비용과 시스템 과부화 문제로만 보는데 이는 ‘신뢰회복’의 문제다. 불법 공매도는 없어야 한다. 약 1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8년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후처리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며 예시를 들었다.
이어 그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매매 내역을 받아와서 무작위 공매도가 실행됐는지 확인만 하는 시스템으로, 외국인투자관리 시스템(FIMS)을 응용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관 기관들은 실시간 잔고 파악을 위해서는 투자자의 잔고를 상시 모니터링해야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부장은 "2018년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 방안은 2020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일반매도, 차입공매도, 권리매도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 분업화돼 정확한 잔고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검토의견으로 폐기됐다"며 "이후 국회에서 대안으로 증권대거래에 관한 정보 기록을 5년간 전산적으로 관리하고, 금융당국에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했고, 2021년부터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게다가 트루웹과 같은 국내 서비스 플랫폼을 외국인 투자자에게까지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유관 기관 측은 설명했다. 장외 거래시장에서 상호간 합의하에 공매도 거래를 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등 외국인 투자자는 이미 에퀴랜드(Equilend)라는 해외 민간 서비스 대차거래 정보 시스템을 사용, 메일 등을 통해 서로 수기로 협상을 하는 시스템으로 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송 부장은 "투자자 자신이 매매거래내역과 차입주식 현황 등 매도 가능 잔고를 실시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잔고 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가 해당 시스템의 구축 여부와 내부 통제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이 회사에 요청하면 차입 거래 여부나 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홍문유 코스콤 금융투자상품부장은 "박 작가가 앞서 언급한 트루웹은 코스콤과 재작년에 공동으로 시스템 검토도 했다"며 "공매도를 차단하거나 모니터링 하려면 해당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당시 나왔다. 특히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하나의 플랫폼을 강제해서 쓰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상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차부장은 "해당 플랫폼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잔고관리를 명료하게 할 수 있으나 장외거래와 장내거래를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사용한다고 해서 공매도 거래가 전산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