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 ‘슬기로운 출가생활’ 출간...10인 10색 스님들의 삶 소개
비구니 군법사 균재 스님이 승복을 입은 모습(왼쪽)과 군복을 입은 모습. /조계종 교육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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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선 출산율 절벽, 조계종에선 출가자 감소가 발등의 불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원장 범해 스님)은 최근 ‘슬기로운 출가생활’(담앤북스)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습니다. 드라마 제목이 연상되시지요? 맞습니다. 제목부터 일반 대중의 눈높이와 관심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조계종은 크게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3원(院)으로 행정 조직이 구성돼 있습니다. 그 중 교육원은 출가자의 교육을 담당하지요. 그런데 출가자가 없으면 교육할 대상도 없겠지요. 그래서 출가 장려 혹은 독려가 중요합니다. 과거에도 조계종 교육원은 출가를 장려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대학가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책 출간도 출가 장려를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책에는 스님 10명의 삶이 소개됐습니다. 10명의 스님이 맡고 있는 소임을 보면 ‘스님들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나’ 싶습니다. 홍대입구 인근에서 선원 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준한 스님(이 난을 통해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요), 유튜브를 통해 전국의 사찰을 소개하고 있는 비구니 유튜버 무여 스님, 비구니 군법사 균재 스님, 사찰음식 전문가 성화 스님, 사회복지사 혜능 스님 등이 우선 눈에 띕니다. 전국선원수좌회 전 공동 대표 의정 스님,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 교수사 현진 스님, 제따와나선원장 일묵 스님, 불교철학 박사 법지 스님 등 전통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소개합니다. 10명 중 4명이 비구니 스님인 점도 눈에 띕니다.
마음 속에 막연히 출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읽다보니 저도 잘 몰랐던 출가자들의 세계가 있더군요. 특히 비구니 군법사 균재 스님 사연은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균재 스님은 절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고교 재학 중 출가의 마음이 솟아 스님들을 졸라서 열일곱에 출가했답니다. 그런데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것과 군인을 대상으로 포교하는 군법사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요. 그것도 여성인 비구니 스님이 말이죠.
조계종 교육원이 출가 장려를 위해 펴낸 책 '슬기로운 출가생활'과 '불교는 좋지만 출가는 겁나는 너에게' 표지. /담앤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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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균재 스님은 출가 후 행자 생활 3년, 동학사 강원 4년, 동국대 불교학과 4년을 마치고 어린이 포교, 청년 포교를 하다가 군법사를 지원하게 됐답니다. 그런데 막상 군법사를 지원하고 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많았다고 하네요. 상황에 따라 승복(僧服)과 군복(軍服)을 번갈아 입어야 하는 것, 종단과 군부대로 소속이 두 곳이 되는 것 정도는 당연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2014년 첫 비구니 군종장교 제도가 도입됐을 때에는 군(軍)도, 종단도 당황했었던 모양입니다. 당시만 해도 군법사에 관한 규정이 남성(비구) 스님들에 맞춰져 있었다고 하지요. 그러다보니 두발 상태에 관해서도 ‘여군은 머리를 검은색 망으로 묶어야 한다’거나 ‘임관식에서는 치마 정복을 갖춰야 한다’고 돼있었다지요. 삭발하고 출가한 비구니에게 다시 머리를 길러서 검은색 망으로 묶으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또 승복 바지를 입고 생활하는 비구니에게 치마를 입으라니요. 다행히 균재 스님은 이런 황당한 일은 당하지 않았답니다. 균재 스님은 2015년 임관했는데, 한 해 전인 2014년 임관한 비구니 명법 스님이 이런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다 고쳐진 상태였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교 교육 기간 중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 하는 것은 민망하고 어색했다네요.
균재 스님의 이야기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사찰에 찾아오는 불자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오기 때문에 우호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군대는 다르지요. 어릴 적부터 절에서 살아온 스님으로서는 낯선 풍경이었겠지요. 그렇지만 균재 스님은 이 상황도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군에서도 쉬는 날인 일요일, 활동복을 입고 있다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법당에 나오는 병사들의 태도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법회를 이루는 모든 것이 시주 아닌 것이 없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스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포교의 일선에 서있습니다. ‘저스트비 홍대선원’ 준한 스님은 “이 불사의 가장 큰 핵심은 화합”이라고 말합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늘 여러 사람이 오가는 공간이고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날 수 있지요. “어우러져 살기 위해서는 화합이 필요합니다. 갈등이 일어난 다음에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단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저희는 늘 참회를 합니다. 스님이 지혜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참회를 하면, 대중들도 자기 잘못을 알고 참회해요.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받고 드러내면서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죠.”
유튜버 무여 스님은 “구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은 몸이 불편해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데 화면을 통해 사찰 여행을 대신하는 것 같아 고맙다고 하셨어요. 또 어떤 분은 외국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의 모습이 그리워서 제 영상을 찾는다고 했어요. 세상에 쓰임이 되는 영상이구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더 많은 분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지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 금천구립 사랑채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혜능 스님은 ‘지금 행복’을 강조했습니다. “팔십이 되어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날이에요. 조금이라도 빨리 행복해지려면 당장 지금 행복을 막는 것부터 멈춰야 해요. 화내지 말고, 슬퍼하지 마세요. 행복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이니까요.”
조계종 교육원장 범해 스님은 서문에서 “깊고 고요한 산중, 번화한 홍대 거리 한복판, 온 세상 이야기가 오고 가는 인터넷, 구령 소리 가득한 군대, 치열한 삶이 있는 복지관 등 사람 사는 곳이라면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소신대로 노력하며 수행자의 삶을 완성해 가는 열 분 스님들의 모습은 인생의 길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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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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