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화재진압 현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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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소방관 A씨는 지난해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공무상 재해여부를 판단할 심의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당시엔 입증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신청인 등이 ‘유해환경→질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했다.
그러다 6월 ‘공상추정제’ 도입 이후 달라졌다. 이 제도는 근무환경과 질병 간 관계를 공무상 재해로 추정해 병원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바뀐 제도로 A씨는 인사·의무기록 등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됐다. 자연히 처리 기간도 줄었다. A씨는 화재·구조업무 분야에서 5년 이상 일한 적 있다. 인사혁신처(인사처) 재해보상심의회는 이 기간 A씨가 유해물질 등에 노출됐고, 결국 혈액암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야간에 이뤄지는 음주운전 단속 현장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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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사처에 따르면 도입 이후 현재까지 6개월 동안 모두 9명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올해 뇌출혈 진단을 받은 50대 경찰관 B씨도 공상추정제 덕분에 공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B씨는 지속한 교대 근무와 주 52시간 초과 근무 등을 해왔다. 인사처는 이런 근무환경이 뇌출혈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우정직 공무원 C씨는 회전근개 힘줄 완전파열 진단을 받았는데, 10년 이상 집배 업무와 연관이 있는 거로 심의됐다. 인사처 관계자는 “특정 직종이나 환경에서 일정 기간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무상 질병으로 추정된 사례”라고 밝혔다.
공상추정제는 앞으로 공무원 이외에 국가유공자·군인 등 대상 보상 제도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국가보훈부는 질병에 대한 추정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국회에서도 ‘군인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정연 인사처 재해보상정책관은 “공상추정제를 통해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돼 근무하는 공무원의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합리적인 재해보상 체계를 혁신적으로 선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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