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최대 과징금의 7배 부과, 검찰에 고발도
이복현 금감원장 "불법이 보편화된 장"
11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가동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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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560억 원대 불법 공매도를 한 사실이 적발된 해외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금융당국이 과징금 265억 원을 부과했다. 우리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근거로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글로벌 IB 2개사와 수탁증권사의 장기간에 걸친 무차입 공매도 주문·수탁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총 265억2,000만 원을 부과하는 조치를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앞서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최고액인 38억 원(ESK자산운용)의 7배에 육박한다. 증선위는 이와 함께 이들 2개 해외 IB를 검찰에 고발했다.
카카오, 호텔신라 등 560억 원대 무차입 공매도
BNP파리바 홍콩법인의 불법 공매도 방식. 그래픽=박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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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 갚으면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인데, 빌리지 않고(무차입) 매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앞서 10월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HSBC도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주식 글로벌 IB가 관행적으로 벌여온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한 최초의 사례다. 카카오 주가는 해당 기간 약 47% 급락했다. 앞서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계 기관의 무차입 공매도로 국내 주식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는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공매도 조사를 해보니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골목이 아니고 유리가 다 깨져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된 장이었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6일부터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취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게 된 것도 이 두 해외 IB의 불법 공매도 적발이 기폭제가 됐다.
BNP파리바는 부서 간 소유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한 것을 기초로 보유한 주식보다 많은 주식을 무차입 매도하고, 다음 날 정산과정에서 주식을 채워 넣는 불법을 저질렀다. 홍콩 HSBC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한도 내에서 시장에 주문을 냈다. 이를 통해 거래 수익을 극대화했다.
글로벌 IB 등 공매도 거래 집중 조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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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는 BNP파리바에 대해 "매도 가능 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결제를 해 향후 무차입 공매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내 수탁 증권사인 BNP파리바증권 역시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해당 주문을 수탁했다고 증선위는 봤다. 홍콩 HSBC에 대해서도 "이 회사는 공매도 업무처리 프로세스가 국내 공매도 규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다"면서 "이를 변경하지 않은 채 공매도 후 사후 차입하는 행위를 지속한 만큼 위법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글로벌 IB 등의 공매도 거래에 대한 집중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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