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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내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 만원씩 금전 거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회식도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않고 있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회식비를 안 내고 회식에 불참하는 데 대해 말을 하더군요. 이번에 다시 말이 나오면 타 부서로 전출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지난 5월 직장갑질119 제보 중)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고 둘만 술자리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직원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제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저는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지난 2월 직장갑질119 제보 중)
직장갑질119가 지난 1월부터 12월12일까지 전자우편으로 받은 1703건 제보 가운데 앞선 사례와 같은 회식 갑질 관련 내용은 48건으로, 회식 강요는 30건(62.5%), 회식에서 특정인을 빼는 회식 배제는 18건(37.5%)으로 나타났다. 회식 장소에서 일어난 직장내 괴롭힘은 제외했다. 회식 참여를 강제하는 행위는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진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 명시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위반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직장에서 꼭 회식을 해야 한다는 낡은 인식은 악화하는 추세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9일∼15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서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지표 점수(100점에 가까울수록 양호)는 지난해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 두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지표 점수에서도 지난해 80.6점에서 올해 73.3점으로 떨어졌다.
이상운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이미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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