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가 68세 이른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막내딸인 제가 회사를 이끌게 되자, 세간에는 ‘삼익유가공이 공중분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회사 안팎의 걱정과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생산부터 공격적으로 늘렸다.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설비에 투자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매출은 85% 이상 늘었다. 2025년부터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는 지난 2015년 35세의 나이로 회사를 물려받았다. 회사를 이어받을 준비를 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맡게 된 대표이사의 무게는 무거웠다고 한다. 그는 삼익유가공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5년이 “가장 행복하고 철없는 시절이었다”고 했다.
이봄이 삼익유가공 대표. 2015년 35세의 나이로 회사를 승계받은 이 대표는 매출을 85% 키워냈다. /삼익유가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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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청분말 국산화… 유제품·과자·음료·라면스프 원료로
삼익유가공은 유청분말, 전지분유, 커피크리머, 유크림, 유산균 등 60여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B2B(기업 간 거래) 제조기업이다. 제품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 라면스프, 초콜릿 등의 원료로 쓰인다.
한국야쿠르트(hy),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푸르밀 등 국내 대표 유업체와 CJ, 오뚜기, 삼양식품, 오리온 등 식품업체 약 300곳에 납품하고 있다. 동서식품(동서), 맥널티 등 커피 업체와 건강기능식품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유청 분말을 최초로 국산화한 삼익유가공은 고(故) 이종익 회장이 1987년 창업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영향으로 음식이 서구화되던 때 치즈 등 유가공 식품 시장이 열리는 것을 목격한 이 회장은 해외에서 각종 유제품 분말과 관련 기계를 수입해 팔았다.
그러다 유제품 부산물인 유청이 국내에서는 버려지는데 해외에서는 영양가 높은 분말로 재탄생해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기회를 잡았다. 이 회장은 1991년 분무건조기를 국내에 도입해 김제에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이후 1990년대 초 삼익유가공의 유산균 원료를 쓴 ‘윌’, ‘쿠퍼스’, ‘수퍼100′ 등 발효유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삼익유가공은 급격히 성장했다. 1994년 폭염 때 아이스크림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혜를 입기도 했다. 창업 초기부터 단단히 기반을 다진 덕분에 지금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유청의 80%는 삼익유가공으로 온다.
◇ 공격적 투자로 고용·생산 늘려… 매출 85%↑
업계에서 신임이 두터웠던 이 회장은 2015년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같은 해 말 작고했다. 홀로 회사를 이끌게 된 이 대표는 매출 증대를 비전으로 삼았다. 고용을 늘렸고, 영업도 공격적으로 펼쳤다. 가공식품은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생산을 갑자기 늘리면 인건비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나기도 하는데, 이 대표는 생산량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생산시설도 늘렸다. 2019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에 아파트 5층 높이의 분무건조기를 들였다. 분무건조기는 찐득한 액체 형태의 유청에 원료를 배합한 뒤 고열로 분사해 분말로 말리는 설비다. 익산공장 설비는 2021년 완공됐다. 분무건조기는 김제공장에 3대가 더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설비 투자를 결정했을 땐 무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언젠가 흑자로 돌아설 것을 알았기에 투자를 단행했던 것인데, 바로 이듬해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지금은 철 수급이 어려워 설비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환경이 됐다.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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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승계 이듬해(2016년) 200억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2017년부터 매년 늘어 지난해 3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말에서 70%가 나오고 나머지는 유산균 매출이다.
다만 수익률 개선은 숙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표 승계 전인 2014년엔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후 영업이익은 5억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엔 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화장품 업계의 한국콜마, 코스맥스처럼 유제품·유산균 1등 원료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기식용 유산균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주력하고자 한다. 제품 다변화도 중비 중”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윌’, ‘쿠퍼스’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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