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강서구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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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정치를 계승하는 게 제 숙명이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을 하면서 “저는 노무현의 사위로 알려진 사람이다.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조금이라도 이루기 위해 정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2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곽 변호사를 비롯해 여야 유명 정치인의 아들·손자·사위가 ‘후손 마케팅’을 펼치며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 14일 곽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5선 이종걸 전 의원은 조부인 항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소환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종로구 통인동 128번지는 우당 선생이 3·1운동 직전 잠시 귀경했을 당시 몸을 숨겼던 일농 윤복영 선생의 자택”이라며 “저의 본적지이자, 이종걸 뿌리와 같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 만안에서 5선 의원(16~20대)을 지낸 그가 지역구를 바꿔 도전하며 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펼쳐진 ‘후손 마케팅’ 경쟁에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금 20·30세대는 노 전 대통령과 공유한 기억도 희미할 텐데, 우당이 웬 말이냐”며 개탄했다.
여권에서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손자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YS가 7선을 했던 부산 서-동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1일 출마 선언문에서 “김영삼의 손자가 아닌 정치인 김인규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도 ‘하나회 척결’, ‘12·12 군사반란 주동자 단죄’와 같은 YS의 업적을 줄줄이 나열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유훈을 받들어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인규 전 행정관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서·동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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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로열 패밀리’가 선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이어가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노웅래(서울 마포갑, 4선) 민주당 의원은 5선 국회의원과 재선 마포구청장을 지낸 부친 노승환 전 의원의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재선) 민주당 의원도 서울 서대문갑과 광주 북갑에서 6선을 지낸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이다.
국민의힘에도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다.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부산 사상, 3선) 의원의 아버지 장성만 전 의원은 부산 북구에서 11~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장 전 의원이 설립한 동서대는 아들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있다.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 5선)의 선친은 내무부 장관 출신이자 충남에서 6선을 한 정석모 전 의원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문석균씨 모습. 문석균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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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대를 이은 출마, 그 중에서도 본인과 직접적인 연고도 없는 곳에 도전하는 데 대해 “명분 없는 출마”라는 눈총도 상당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비례)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6일 연고가 없는 서울 강서갑에 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서울은 하나의 수도”라고 말해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의원은 전남 목포, 서울 마포 등 희망 지역구를 여러 차례 바꾼 걸로 안다”고 꼬집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 의정부갑에서 뛰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도 마찬가지다. 문씨는 지난 총선 때도 이 지역에 나가려다 ‘아빠 찬스’ 논란이 일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문 전 의장이 문씨 유튜브 채널 ‘문석균 TV’에 나와 함께 ‘레몬 먹방’을 하자 “아빠 찬스를 거부한단 말은 거짓”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역이 불출마한 곳은 무조건 전략 공천 지역”이라며 “전직 의장 아들도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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