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우리 애가 단원고 다녔었나”···‘세월호 사망’ 7년 지나서 오열한 엄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00년 이혼 뒤 교류 없이 지내

대법 “3억7000만원 국가배상”

경향신문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참여자들이 지난 5월24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억공간에 노란꽃을 붙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친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3억7000만원의 상속분을 인정했다. 다만 어머니 몫 위자료 3000만원에 대해서는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다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4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아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A씨는 2000년 8월 남편과 이혼한 뒤 가족들과 교류 없이 지낸 탓에 한동안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참사 7년 뒤인 2021년 1일 세월호 참사 국민 성금을 수령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전화를 받고서야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A씨는 전화를 받고 “우리 애가 세월호 때문에 죽은 거냐” “그러면 단원고를 다녔었냐”고 말하며 오열했다고 한다.

A씨는 같은 해 3월 국가를 상대로 총 4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아들의 일실수입(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및 아들 몫 위자료 3억7000만원과 본인 몫 위자료 3000만원을 합쳐 청구했다. 상속분에서 아버지의 몫 절반을 제외한 금액이었다.

1심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며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유죄가 확정(2015년 11월)된 지 3년이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아들의 사망을 알게 된 시점이 2021년이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는 ‘손해를 인지한 시점’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아들 몫 일실수입 및 위자료 3억7000만원과 본인 몫 위자료 3000만원을 모두 인정해 국가가 총 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들의 일실수입 등 A씨의 상속분은 인정하되 A씨의 본인 몫의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아들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는 사유로 소멸시효가 정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국가재정법이 정한 5년으로 봤는데, A씨가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의 유죄가 확정된 2015년11월을 기준으로 5년이 지나 손배소를 청구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는 권리 행사에 법률상의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 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데 과실이 없다고 해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아들 몫 위자료 중 A씨의 상속분 3억7000만원에 대해서는 민법 181조(상속인의 확정)에 따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 조항은 ‘사망자의 위자료 채권 등은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로 상속인이 정해진 때로부터 6개월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A씨가 아들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2021년 1월 ‘상속인의 확정’이 이뤄졌으며,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남았다고 판단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