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부다페스트에 있는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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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대하는 헝가리에 대해 100억유로가 넘는 동결 기금을 풀며 달래기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각) 헝가리에 지급하지 않고 있던 유럽연합 기금 100억2천만유로(약 14조3천억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이날 “지난해 12월 집행위는 헝가리가 사법권 독립 등 유럽연합 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여겼다”며 “(이후) 철저한 평가를 거쳤고 헝가리 정부가 이를 바로잡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헝가리는 사법권 독립을 위한 입법을 완료했으며, 헝가리는 원하면 언제든 기금을 요청해 받아갈 수 있다. 다만 헝가리가 아동보호법, 학문의 자유, 망명 권리 등의 분야에서는 아직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받지 못하고 있는 기금은 약 210억유로(약 30조원)나 된다. 이번 발표는 14~15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정상회의 바로 전날 유럽연합이 이번 조처를 발표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에 미온적일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에도 반대하는 헝가리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헝가리가 500억유로(약 71조 4천억원)에 달하는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의하려면 헝가리에 배정된 유럽연합 기금부터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유럽 지도자들이 이날 집행위의 결정을 통해 오르반 총리의 입장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도 바라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달 8일 회원국들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정식으로 개시할 것을 권고했으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 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오르반 총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럽연합 정상회의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성급한 유럽연합 가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네 차례나 올리며,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주장을 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 및 부패, 비대한 농업 분야, 헝가리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을 우크라이나 유럽연합 가입 반대 이유로 들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은 경제 및 정치 분야와 관련해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기존 회원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
극우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 회원국 지도자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 필요한 각종 개혁의 약 80%를 완료한 상태이지만 이를 모두 마치는 내년 봄 이전까지 실제 가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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