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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시장 침체 속 나홀로 뛰는 재건축 압구정·목동·여의도 침체에도 잇단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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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속도를 내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 전경.<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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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이 6월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강남 등 주요 입지의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잇따라 신고가가 경신되고 있다. ‘강남불패’의 상징 같은 압구정 현대의 경우 70억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고금리 기조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소식이 이곳저곳서 들려온다. 일부 단지들이 사업시기를 단축시키는 서울시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올라타면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만성적인 서울의 공급 부족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11차의 가장 큰 평형인 전용면적 183㎡는 11월 5일 69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64억원(9층)에 손바뀜 돼 신고가를 기록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최고 거래가를 경신했다. 앞서 6월에도 63억원(7층)에 팔리며 하반기 들어 몸값이 빠르게 뛰고 있다.

집값이 한창 폭등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단지의 최고 거래가격은 60억4500만원(2021년 10월·13층)이었다. 집값 폭등기보다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단지 호가는 70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신현대12차 110㎡도 올 6월 36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가 최근 8억원이나 뛰며 44억원을 기록했다.

재건축 가시화에 따른 기대감이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신현대 11차가 속해 있는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은 지난 6월 설계 업체를 선정하며 압구정 현대아파트 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서울시 신통기획에 참여해 더욱 빠른 진척이 기대된다.

경매에서도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의 위상은 남달랐다. 압구정동 미성1차(전용면적 105㎡)는 지난 10월 26일 경매에 처음으로 나와 34억7999만9000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105.45%로, 역대 최고 매각가다. 서울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매각가(33억원)를 단숨에 뛰어 넘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뿐만 아니다. 목동과 여의도 등 주요 입지 대표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목동에서는 하반기 들어 1단지 전용 154㎡, 2단지 전용 152㎡, 3단지 전용 145㎡, 5단지 전용 142㎡ 등 가장 비싼 평형대에서 29억~32억원 사이로 신고가 계약이 체결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주요 단지 신고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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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급감한 주택 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는 여전히 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양천구의 경우 3분기 이후 매매된 아파트 543건 중 186건(34.2%)이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에서 나왔다. 양천구 소재 아파트 255개 단지 9만1673가구(2021년 기준) 중 목동 신시가지(2만6629가구) 비중이 약 29%이고, 해당 단지들이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 단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10월 아파트가격 역시 강남구, 양천구는 각각 0.62%, 0.68%씩 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률(0.5%)을 웃돌기도 했다. 목동 1단지는 가장 큰 평수인 전용면적 154㎡가 10월 기존 신고가(28억6000만원)를 뛰어넘은 28억7000만원과 29억원으로 두 채가 거래되기도 했다.

여의도는 ‘1호 재건축’ 아파트로 꼽혔던 한양의 정비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제동이 걸렸음에도, 신고가 행진은 이와 관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용면적 95㎡는 11월 8일 20억7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5월 같은 평형이 17억6000만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18%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여의도역 역세권인 광장아파트 전용 136㎡는 10월 전고가 대비 10억원이 오른 2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삼익아파트, 공작아파트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여의도 아파트들에서도 10월 이후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재건축만이 오르는 건 아니다. 강남의 초고가 시장 역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며 2년 전 전고가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올 들어 10월까지 50억원 이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이 체결된 건수는 총 122건으로 나타났다. 5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21년 158건이었다. 올해 아직 두 달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거래가 최고조를 치닫던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 아니다. 침체기로 접어든 지난해엔 단 96건에 불과했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반포동과 압구정동에서 활발하다.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가 39건, 반포동이 35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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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는 ‘1호 재건축’ 아파트로 꼽혔던 한양의 정비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이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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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은 앞서 언급한 재건축 예정 단지들에서, 반포동은 재건축이 완료된 신축급 단지들의 거래가 활발하다. 반포자이는 올 들어 총 18건의 50억원 이상 거래가 이뤄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을 통해 2009년 신축으로 탈바꿈한 단지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지했다. 그러나 이는 상가와 업무시설, 단독주택, 연립·다가구·다세대주택(빌라)에만 해당한다. 아파트만은 여전히 규제의 테두리 안에 남겨놓은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주택은 실거주, 상업용 부동산은 직접 운영을 하지 않으면 매수를 할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갭투자’가 불가능한 셈이다.

아파트만큼은 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지하지 않은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한 강남 아파트 과열을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에 따라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은 건드리지 않은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가뜩이나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건축 단지들 위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서울시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오를 곳은 오른다
내년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신축 입주 물량은 총 9841가구(임대아파트 제외)로 집계됐다. 연간 입주 물량이 1만가구에 못 미치는 것은 연도별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직전 최저치는 2013년으로, 당시 입주 물량은 1만6420가구였다. 그때와 비교해도 60% 수준에 채 못 미칠 만큼 적은 물량이다. 올해 입주 물량(약 3만가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내년 입주 예정인 서울 신축 아파트는 총 18개 단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강동구에서만 6개 단지 3927가구가 예정돼 있어 전체 물량의 약 40%가 집중됐다. 25개 자치구 중 15곳(서초·용산·마포·양천·강서·성동·광진·금천·중랑·동대문·노원·도봉·종로·중·서대문구)은 신축 입주 물량이 아예 ‘제로(0)’다.

내년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3년 전인 2021년께 분양 물량이 워낙에 적었기 때문이다. 분양과 입주는 통상 3년 시차를 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 분양한 공동주택은 총 8567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1~9월 분양 물량(2만2751가구)에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2021년 2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주택사업자들이 분양을 미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서울의 신축 공급 절벽은 전세와 매매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허가, 착공 등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들마저 올 들어 추락하면서 향후 신축이 더울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같은 수급불균형 속에서 서울 투자수요의 눈은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섣부른 추격매수 금물
다만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들이 아직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투자 측면에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심이 집중되는 재건축 단지들인 만큼 여러 잡음으로 사업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로 꼽히는 한양아파트는 10월 16일 서울시가 신탁사의 시공사 선정 절차를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걸었다. 압구정 3구역도 재건축 설계사 공모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데다, 일부 조합원들이 신통기획 철회를 요청하는 등 내분이 발생하며 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압구정, 목동, 여의도 등 대단지일수록 조합원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향후 사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자들이 받쳐주지 않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신통기획으로 임대아파트가 일부 들어서면 입주 후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비 이슈도 재건축의 정상 속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역시 더 악화되면 됐지, 나아질 기미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두 대표는 “가뜩이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정비사업장 내 갈등이 내년엔 극단적인 상황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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