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일 집단휴진 찬반 투표 진행
의사들 “이기적 집단 비춰질까 걱정”
의대 증원 외 기피과 확충 정책 촉구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가 총파업 투표 예정인 내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반대하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찬성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다.[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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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 으름장을 놓으며 찬반 투표를 시작했지만 의료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의협 집행부의 강경 투쟁 노선에도 지난 2020년에 이어 또 다시 집단 휴진을 강행하는 데 대한 여론부담을 우려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높아서다. 다만 파업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소아과·산부인과 등 비인기 필수과목 의료진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의 단순 의대 증원 방침 외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전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가운데, 실제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잠정적으로 내년 1월께로 판단하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으로 선임된 최대집 전 의협회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파기하는 수순으로 간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파업에 즉각적으로 돌입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1월 중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 때 바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또 찬반 투표 결과를 즉시 발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결과를 바로 발표하면 사회적 여파가 크기 때문에 바로 발표하지 않는다”며 “현황을 보면서 실체적으로 파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투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의 이 같은 방침은 총파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은 물론, 의료계 내부조차도 회의적인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개별 의사들은 집단 휴진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김모(33) 씨는 “파업을 하기엔 수술할 환자가 너무 많아서 못 한다”면서 “파업 두 번 하면 또 의사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비난받을 게 뻔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의사 숫자를 늘려서 필수과 부족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에서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송모(40) 씨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일인데다가, 2020년 한 차례 정부와의 씨름에서 사실상 패배한 경험이 있는데 그 전례를 반복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파업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대 증원은 정치인들의 ‘쇼’일 뿐이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기피과 진료 재정지원이 삭감된 것이 더 근본적 문제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소아과 대란’ 등에 시달려 온 시민들에게는 집단 휴진 거부감이 더 큰 상황이다. 2세 여아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32) 씨는 “독감, 폐렴도 유행인데 특히 소아과 진료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다”라면서 “의사 정원을 늘려서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 의료 접근성이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파업까지 가기 전에 원만히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도 이런 여론 부담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파업에 내몰리는 것”이란 주장이다. 최대집 전 회장은 “의사들이 파업하는 데 부담이 어떻게 없을 수 있겠나. 파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파업으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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