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우울·탈모·소화불량…수험생 엄마도 '고3병' 시달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문화연구 논문…수험생 어머니 10명 심층 면접

"자녀 대학 진학 '어머니 책임'이라는 인식 개선해야"

연합뉴스

'우리 딸 파이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안아주고 있다. 2023.11.1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결국 우리 애가 대학에 가기는 했는데 처음 점수를 받고 나서는 심장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때는 정말 울고 싶은데 울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생각보다 (아이 수능) 성적이 낮게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소화도 안 되고 없던 당뇨도 다 생기더라고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뿐 아니라 수험생의 어머니도 자녀의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서 극심한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며 신체적 고통까지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남경미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고3 수험생 어머니의 자녀 대학입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저자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고3 수험생 어머니 10명을 약 7주간 심층 면접해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원서 접수, 수능 전후, 최종 대입 결과 발표 후까지의 시간 경과에 따른 이들의 경험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정서적 불안 강도는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높아지고 수능 후부터 최초 대입 결과 발표 때까지 지속되다가 최초 합격자 발표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어머니는 "최초 불합격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순간이 거의 지옥이었다"고 돌아봤다. 아이에게 참을 수 없는 화와 짜증이 일어나 폭언·폭력을 행사했다고 고백한 참여자도 있다.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고3병'을 앓는 것이다.

연합뉴스

2024 수능 가채점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24학년도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3.11.17 yatoya@yna.co.kr



연구 참여자들 상당수는 자녀의 대입 준비 과정에서 가벼운 두통부터 허리 통증, 소화불량, 눈 건조증, 탈모, 이명현상 등 신체적 증상을 겪었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연락 못 하고 집에만 계속 있으면서 그간 없었던 증상을 겪었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주체할 수 없는 마음에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연구 참여자들이 '자녀의 성취가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는 사회적 인식·평가로 인한 불안감과 긴장감, 압박감을 느꼈다고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남편과 시어머니는 본인들이 기대한 대학과 전공에 (아이가) 못 가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해서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말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험생 어머니가 겪고 있는 정서적·신체적 고통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막상 이들은 '상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수험생 어머니에 대한 전문적 상담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어머니한테 돌리는 인식이 상당히 지배적"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우리 딸 고생했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한 학생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2023.11.16 ondol@yna.co.kr



연합뉴스

자녀 입실 모습 지켜보는 부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부산 해운대구 해강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 학부모가 자녀의 시험장 입실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3.11.16 handbrother@yna.co.kr


alread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