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석열(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11일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친윤·중진·당 지도부의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이후 대상자가 불출마를 시사한 건 장제원 의원이 처음이다. 장 의원은 친윤이면서 3선 의원이기도 하다.
장 의원은 선친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산소를 찾은 뒤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의원은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이 지났다"며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가 주신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큰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며 "아버지의 눈물의 기도가 제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는 힘이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고 적었다. 그는 또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이 저를 감쌀지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예비하고 계신 것이라고 믿고 기도하라는 아버지의 신앙을 저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장 의원의 발언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당내에서 주류의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의원이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충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불출마를 시사함에 따라 앞으로 지도부와 친윤 핵심 인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장 의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통령 측근·당 중진 의원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용퇴를 촉구한 것에 공개 반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외곽 조직인 산악회 회원을 대규모로 동원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원조 친윤'이 물러났다 …'퇴진론' 김기현 결단 내리나
혁신위 호응 안한 지도부에
당내부 비판 목소리 커지자
장제원도 책임론에 부담
중진 '도미노 용퇴' 가능성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친 묘소를 방문한 사진과 함께 불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장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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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또 부산의 한 교회에서도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 할 말은 하고 산다"며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고 해도 저는 제 할 말은 하고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시사는 김기현 대표 '퇴진론'을 두고 여당의 내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당 비주류가 김 대표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주류는 이를 지도부 흔들기라며 비난한 바 있다.
11일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 까다로운 혁신위원회 의제도 있으나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저를 비롯한 우리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로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장 의원의 불출마 시사에 따라 김 대표 등 지도부와 친윤 핵심 인사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날 혁신위는 최고위에 혁신안을 종합 보고한 뒤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최종 혁신안에는 중진·지도부·친윤계 의원들의 험지 출마·불출마를 권고한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지도부는 최고위에서 혁신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혁신위 '희생' 요구에 적극 응답하지 않으면서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혁신위의 헌신적 노력에도 우리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답을 내놨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최근 최고위원으로 합류한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당내 중진이란 분들이 당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면서 "부디 모두 자중하라"고 말했다. 김석기 최고위원이 지칭한 중진은 서병수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다.
여기에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하 의원과 서 의원을 비판하며 '김기현 지키기'에 나섰다. 최춘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살특공대, 불난 집에 부채질, 끊임없는 지도부 흔들기"라며 "고군분투하는 지도부의 충심을 흠집 내고 난도질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의원도 "우리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결국 더불어민주당만 이득을 볼 것"이라면서 "그러니 소속 정당에 '좀비정당'이란 망언까지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유섭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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