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국대사 초치해 항의
中 물대포 맞은 선박엔 필리핀 군 합참의장 승선
中 “필리핀, 주권 침해”
‘위험행위 중단 촉구’ 美엔 “사실 왜곡하고 분쟁 확대”
지난 10일(현지시간)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필리핀 선박(왼쪽)을 중국 해안 경비함이 쫒고 있다. [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지난 9~10일 이틀 연속 물리적 충돌을 빚은 가운데 양국이 서로에게 충돌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이날 남중국해 충돌과 관련해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전날 오후 성명을 내고 “필리핀은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해경이 우리 선박과 승선원을 상대로 저지른 도발은 오히려 주권 수호 의지를 다지게 했다”면서 “필리핀은 우리의 서쪽 해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적법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필리핀이 자국 주권을 침해해 적법한 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필리핀 선박이 중국 해경선을 들이받았다”며 “필리핀의 조치는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중국 해경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이미 필리핀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고,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필리핀이 도발을 중단하고 중국에 대한 이유 없는 비난을 멈추며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중국은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며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오 대변인은 자국을 향해 위험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과 필리핀 해상 분쟁은 양국 사이의 문제로, 제3자는 개입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은 사실을 왜곡하고 분쟁을 확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 평론에서 “필리핀의 도발은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남중국해 제도와 주변 해역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필리핀은 꼼수와 속임수로 이익을 추구하는데, 이 행위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필리핀은 돌로 자기 발을 찍지 말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오전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중국 해경선과 필리핀 보급선이 충돌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 해경선이 민간 보급선을 가로막으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보급선을 비롯해 주변 필리핀 해경선을 상대로 물대포까지 쐈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국 해경선과 충돌하고 물대포까지 맞은 필리핀 선박에는 필리핀 군 로메오 브러너 합창의장이 승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러너는 현지 라디오 매체 인터뷰에서 “승선 사실을 중국 해경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친 곳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자국 해경선 측면과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이틀 전에도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필리핀은 중국 해경선이 스카버러 암초 부근에서 자국 수산국 선박을 겨냥해 물대포를 쐈고, 이로 인해 선박의 통신과 항법 장치가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해경은 “불법으로 진입한 필리핀 선박 3척을 법률에 따라 통제 조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필리핀은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했다. PCA는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등 인근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 해경선은 올해 8월과 지난달에도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