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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병립형·연동형·권역별… 의원도 헷갈리는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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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3가지 유형, 뭐가 다른가

조선일보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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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례 의석 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군소 정당과 연합해 단독 처리한 선거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제1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게임의 룰’인 선거법 협상·처리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국민의힘 입장은 단순·명확하다. “민주당의 날치기 이전으로, 과거의 선거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과거의 선거법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현행 선거제의 유지 여부를 두고 내부 입장 정리가 안 되고 있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지난 총선처럼 ‘위성 정당’이 출현하고 비례 의석만을 노려 총선 때만 생겼다 사라지는 ‘떴다당’이 난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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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병립형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300명은 253명의 지역구 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각각 별도의 투표로 따로 뽑는 선거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 결과가 서로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에 ‘병립형’이라 한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까지의 선거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였다.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중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자에 1표, 비례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별 투표에서 1표를 행사한다. 지역구 253석은 각 지역구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고, 비례대표 47석은 정당끼리 경쟁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투표 체계가 간편하고 단순해 유권자의 이해도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은, 거대 양당이 지역구를 독식한 데 이어 비례 의석까지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선 “민의가 왜곡된다”고 비판해 왔다.

예를 들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7.23%를 득표했다. 정의당 입장에선 “정당 득표율이 7%면 국회의원 수도 전체의 7%인 21석이 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정의당이 확보한 의석은 지역구 2석과 비례 4석 등 6석이 전부였다. 전체 비례 의석이 47석에 불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지역구 의석을 거의 다 차지한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이 비례 의석도 43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런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 의석 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한다. 연동하는 ‘계산식’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긴 하지만, 쉽게 말해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한 정당이라면 비례 의석을 그만큼 적게 갖고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간 정당이 비례 의석까지 독차지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군소 정당과 연합해 통과시킨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인 이유는, 지역구 의석수 비율이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경우 모자란 의석의 100%를 비례로 채워주는 게 연동형인데, 우리 제도는 정당 득표율의 50% 정도의 의석만 채워준다. 단순하게 말하면 완전 연동형일 때 2석의 비례를 채워줘야 한다면 준연동형일 때는 1석만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비례 의석은 47석에 불과하지만 정당은 많아, 실제로 비례의석을 나누는 데는 득표율 등에 따라 복잡한 계산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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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놓고 野野 갈등 -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왼쪽부터), 윤영찬, 이원욱, 김종민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의 ‘대국민 토크쇼’에서 ‘공약 준수!! 위성 정당 꼼수 철회!!’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이 만든 모임이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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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이다. 소수 정당 특성상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비례 의석에서 소수 정당이 좀 더 많이 당선될 수 있게 해 ‘소수 목소리’가 국회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복잡한 산식으로 인해 일반 유권자는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떤 식으로 당선자를 배출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총선 때도 “법을 만든 국회의원도 이해를 못 하는 선거법”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또 지난 총선 때 처음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 정당이라는 ‘괴물’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야당 성향 소수 정당에 비례대표가 쏠릴 걸 우려해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그러자 민주당도 약속을 어기고 위성 정당을 창당해 오히려 소수 정당에 배정돼야 할 비례대표를 빼앗아갔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병립형으로 돌아가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신들이 강행 처리한 현행 선거법을 폐기하는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지역 구도를 깨뜨리자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선자는 각 정당이 사전에 제출한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에 전국을 서울, 수도권(인천·경기), 충청·강원, 전라·제주, 경북, 경남의 6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선 수도권·중부권·남부권 3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도 거론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지역주의 완화’와 ‘지역 대표성 보완’이 꼽힌다. 영·호남이 각각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주당 의원이,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비례대표제의 직능 대표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통상 각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를 낼 때 지역 이익이 아니라 국가적 의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 직역에서 정책 전문성이 있는 후보들을 내세운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후보가 해당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제도 워낙 논쟁 요소가 많은 제도라 이미 논의할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이 권역별 비례제를 얘기하는 건 과거로 선거제를 되돌리면서 비판은 좀 덜어보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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