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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 거부권 행사돼 재의결까지 부결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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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에 부쳐진 ‘노란봉투법’, 방송 3법이 8일 최종 부결되자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두 법은 물론,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기존에 거부된 법안까지 모두 합쳐 다시 준비해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쓴 법안 전부를 재발의해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밟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견제와 균형을 위한 헌법의 3권분립 정신을 제도화한 것이다. 국회가 무리한 법을 만들면 대통령이 제동을 걸도록 거부권을 부여하고,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다시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안이 그대로 확정되도록 했다. 이 모든 절차를 거쳐 최종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은 헌법의 기본 정신을 무력화하는 것과 같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양곡관리법, 간호사법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거나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법들이다. 민주당도 정권을 잡았을 때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이 법들을 손대지 않았다. 그런데 야당이 되니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였다. 지지층에게는 생색을 내고 정치적 부담은 대통령에게 지우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더니 국회 재의결까지 거쳐 최종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싸움을 위해 싸움을 거는 것과 같다. 어떻게든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정쟁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국회에서 한 일은 정쟁을 위한 일이 더 많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을 3명 중 1명꼴로 탄핵하겠다고 위협하고, 1명은 실제 탄핵했다. 국무총리와 장관 2명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75일간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만들어 조속한 재판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취임 석 달밖에 안 된 방통위원장에게 탄핵을 협박해 물러나게 하더니, 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은 새 위원장 후보에게도 탄핵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 반드시 ‘김건희 여사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 여사 특검은 정부·여당 공격용이고, 대장동 50억 클럽은 이 대표 방탄용이다. 방통위원장 탄핵이나 특검법 모두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국민 삶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선거용이다. 정작 민생에 영향을 줄 내년도 예산안은 헌법이 정한 처리 기한을 이미 넘겼다. 여당 책임도 있지만 다수 야당 책임이 크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고 정쟁이 도를 넘었다지만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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