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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태평로] 송영길의 ‘당내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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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검찰 조사 후 등장해

전당대회가 당내 잔치라고?

정당법 정면 위반한 중대 범죄

이게 민주당 정치 윤리인가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023년 12월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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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송영길’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엊그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13시간 동안 조사받고 나와 말했다. “전당대회는 훨씬 비난 가능성이 작고 자율성이 보장된 당내 잔치입니다.” 10시를 넘긴 밤늦은 시각이었다. 이런 투로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송영길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놀라웠다. 청사 밖에서 그를 기다리던 젊은 기자들도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비난 가능성이 작다” “자율성 보장” “당내 잔치” 이런 말은 ‘우리 당 동지들끼리 도타운 정을 나누며 벌인 일이니 당 바깥에 있는 검찰이나 언론은 당최 왈가왈부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내 잔치’를 벌일 때는 으레 돈 봉투가 오가는 오랜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제3자는 시비 붙지 말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자율성이 보장된 당내 잔치’라는, 얼핏 따뜻한 느낌마저 주는 이 말에는, 그러나 타락한 정당 문화가 부끄러움 없이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옳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당 구성원들, ‘여의도 사람들’의 정치 윤리가 송영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돌연 아득해졌다. 송영길은 국회의원을 다섯 번 하고, 인천 시장을 지내고, 당 대표를 하고, 서울 시장에도 출마했던 사람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우리는 “선거를 치르려면 ‘실탄’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 9단’들의 말에 속아왔기에 ‘송영길식 당내 잔치’에 경의를 표할 뻔했다.

에둘러 갈 것 없다. 우리나라 ‘정당법’을 꺼내 보면 된다. 송영길이 3선 의원을 거쳐 인천 시장이었던 2013년에 개정된 이 법 제50조는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행위’를 적시하고 있다. ‘정당의 대표자로 선출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려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아니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부분 생략)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여기엔 이런 금품을 받겠다고 ‘승낙한 자’도 포함된다.

‘…하거나, …되게 하거나, …못하게 하거나’, 세 번을 반복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문장 속에 들어 있는 ‘법 그물’이 섬뜩할 만큼 촘촘하다. ‘당내 잔치’ 때 돈 봉투를 만지작거리거나 쳐다보기만 해도 발본색원하겠다는 법 제정 의지가 추상같다. 특히 정당법 제50조 2항은 이런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는 징역 5년 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돈 봉투 살포’ 이후 당 대표 경선을 뚫고 당선된 최대 수혜자가 송영길이었으므로 만약 송영길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징역 5년짜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은 ‘당내 잔치’가 아니라 현행 정당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집단 범죄’였다. 만약 사법부가 현재까지 드러난 관련자 약 25명에게 최대 형량으로 엄벌한다면 모두 합쳐 80년 징역형에 이를 수도 있는 중대 범죄인 것이다. ‘당내 잔치’는 고사하고 요즘 동(棟) 대표 뽑는 ‘동네 잔치’도 그렇게 했다간 큰일 난다.

송영길은 “그 정도 액수 가지고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한 역사가 없다”는 말도 했다. 3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고, 당 대표 경선에 뿌린 돈이 9400만원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그가 ‘그 정도 액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현 당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에 연루돼 몇 백억, 몇 천억 얘기가 오가니 이 정도 돈 봉투는 푼돈-애교로 봐달라는 것인가. 문 정권 5년 동안 집권 민주당은 이런 ‘당내 잔치’ 분위기에 젖어 있었는가. 그 당의 대선 경선 때 후보의 측근이 8억원을 받은 것도 이 같은 흥청망청 잔치였는가. 지금도 그러한가.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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