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서는 성장세…'검정고무신' 작가 별세로 불공정 계약 주목
K-웹툰 (PG)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3년 올 한해 웹툰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의 영향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웹툰 제작과정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독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만화계에서는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 이우영 작가의 갑작스러운 별세를 계기로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손질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웹툰 작가가 되는 길 |
◇ 코로나19 끝나자 웹툰 이용률 꺾여…글로벌 시장은 견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던 웹툰업계가 엔데믹으로 인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의 주 1회 이상 웹툰 이용률이 6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9.0%에서 6.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거의 매일 웹툰을 본다고 대답한 비율도 작년 24.7%에서 20.4%로 줄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성장 가도를 달리던 웹툰이 올해 들어 꺾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웹툰 유료 결제 빈도도 다소 줄거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주 1회 이상 웹툰을 유료로 결제해 본다는 응답은 2022년 22.8%에서 올해 21.7%로 줄었다.
웹툰 유료 결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5.6%로, 지난해(45.7%)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일본과 북미, 유럽 등지로 시장을 꾸준히 넓혀가면서 글로벌에서는 탄탄한 성장을 이어갔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 서비스인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은 올 1월부터 11월 사이 통합거래액 1천억엔(약 8천8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두 플랫폼의 통합 거래액은 2021년 800억엔에서 지난해 900억엔으로 늘었고, 올해도 일찌감치 1천억엔을 넘기며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본·프랑스에 웹툰과 만화를 서비스 중인 카카오픽코마 역시 지난해 884억엔의 거래액을 올렸고, 올해는 1∼3분기 사이 누적 거래액 757억엔을 넘겨 무난히 전년도 실적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미지 생성 AI (PG) |
◇ 생성형 AI, 독일까 약일까…독자 반대에 부딪히며 시끌
명령어만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형 AI의 등장을 두고 웹툰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생성형 AI 기술은 배경과 채색, 선화는 물론 스토리 구상, 번역까지 웹툰의 전 과정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했다.
AI가 웹툰 작가의 과다한 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오히려 인간 작가의 자리가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이미지의 저작권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AI가 학습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 범위와 기간 등을 명시한 계약을 별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예상외로 생성형 AI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이 거셌다.
지난 5월 네이버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 같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독자들이 '별점테러'(낮은 별점을 주는 행위)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에서는 AI 웹툰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졌다.
네이버웹툰 아마추어 플랫폼인 도전만화를 중심으로 'AI 웹툰 보이콧' 게시물이 60편 넘게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당시 진행하던 지상최대 공모전 2차 접수부터 AI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생성형 AI 활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카카오웹툰은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이라는 게릴라 공모전을 열었다.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 작품만 받겠다며 완성 원고 등과 함께 인간이 그렸음을 증명할 자료를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전시로 만나는 '검정고무신' |
◇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별세…만화계 계약 관행 재조명
만화계 전반으로 시선을 넓혀보면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만화·캐릭터 관련 계약 문제가 재조명됐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검정고무신'를 그린 이우영 작가가 올 3월 세상을 등졌다.
이 작가는 생전에 캐릭터 업체 형설앤 측과 저작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가 형설앤 측과 2008년 사업권 설정계약서를 체결했는데, 이 계약이 '검정고무신' 관련 작품활동과 사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무기한 양도하는 불공정한 계약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체가 '검정고무신'을 활용해 77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이 작가가 수령한 금액은 총 1천2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 유족 측 입장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부터 7월까지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고, 형설앤 측에 수익 배분 거부행위를 중단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검정고무신' 주요 캐릭터의 저작자 등록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이 작가가 그렸음에도 2008년 이 작가와 함께 그의 동생 이우진 작가, 글 작가 이영일, 형설앤 대표 장진혁 등 4명이 '검정고무신' 캐릭터 9종의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8월 직권으로 '검정고무신'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자 등록을 말소했고, 이에 따라 캐릭터 저작권은 창작자인 이우영 작가에게만 귀속되게 됐다.
이 작가가 생전에 고통을 호소하던 법정 공방도 1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이 작가 측이 캐릭터 업체 대표 측에 손해배상금 7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면서도, 더 이상 이 작가와 업체 사이에 사업권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화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문제가 조명됐고, 작가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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