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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8 (수)

결혼식 전날도 한국시리즈 직관 간 야구광…‘SK 구원투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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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수펙스추구協 신임 의장에 ‘주목’

중앙일보

SK는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포럼에서 발언하는 최창원 부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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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SK그룹의 모태는 섬유사업이다. 1953년 선경직물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섬유가 사양사업으로 접어들며 주요 계열사였던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가 위기를 맞는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해외 설비마저 부채로 돌변하며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구조조정·사업개편 ‘구원투수’



1996년 회사는 결국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대기업 중 명예퇴직 1호 사례다. 이즈음 전체 구성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24명이 회사를 떠났다. 선제적 구조조정 덕분에 SK는 이듬해 불어닥친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때 국내에 처음으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한 인물이 선경인더스트리 기획관리실장으로 있던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 알려진다. 지난 7일 실시된 정기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되며 ‘그룹 2인자’로 전면에 나선 최 부회장을 둘러싸고 SK그룹의 기류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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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20년 가까이 SK그룹의 화학·바이오 부문을 책임졌던 ‘오너’지만 이번엔 ‘경영인’ 자격으로 그룹 전체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독립적으로 경영체제를 꾸려오던 오너 일가를 일선에 내세운 것을 두고 “그동안 과도한 투자로 느슨해진 조직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불어넣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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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서울의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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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SK케미칼과 SK글로벌, SK건설, SK가스 등에서 근무했다. 2017년부터 화학·바이오·에너지 사업을 하는 중간지주사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이들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SK글로벌·SK건설 등 최 부회장이 맡았던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대부분 좋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해 능력을 발휘했다고 알려진다. SK케미칼 역시 이 시기 섬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첨단 화학소재와 제약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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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002년 SK글로벌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중앙일보와의 사진 촬영에 응했던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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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야구광’…와이번스 구단주 맡기도



과감한 경영 스타일과는 달리 대외 노출을 꺼려 ‘은둔형 경영자’로도 불린다. 수행비서도 없이 홀로 회사에 나타나는 일이 많을 만큼 조용한 스타일이다. 다만 사내에서는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구성원들과 소통을 꾸준히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외부에 드러나는 행보는 피하되, 사업적으로 철저히 숙고하고 논의하는 성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설립 당시 백신 개발사업에 집념에 가까울 정도로 몰두했던 일화가 회자된다.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성격이지만 고등학생 시절까지 야구선수가 되려고 했고, 결혼식 전날까지 한국시리즈를 보러 야구장에 갔을 만큼 야구광으로 유명하다. 2014년부터 SK와이번스 구단주를 맡았던 최 부회장은 2021년 신세계그룹에 야구단을 전격 매각할 때 그룹의 의사결정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아쉬움을 주변에 내비쳤을 만큼 야구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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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부회장(왼쪽부터)과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2018년 11월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응원 도중 우승을 기원하는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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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은 SK그룹과는 별도로 경영을 이어왔다. 그는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룹 지배구조 정리 역시 끝난 상태다. 장기적으로 최 부회장이 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 부회장 역시 기존 SK디스커버리 관련 직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SK그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전체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SK’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느슨한 연합체로 그룹의 개념이 변할 것”이라며 “‘오너가’로 군림하기보다는 그간 급성장에 가려져 과열됐던 그룹 곳곳을 쇄신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경영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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