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사 증원 문제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는 물론 필수 및 지방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필수 및 지방의료는 그동안 잘못된 정책이 누적된 결과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다.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서울 종합병원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도 필수의료 과목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다수 발생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각각 3곳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원자가 아예 0명인 곳도 있었다. 또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곳, 응급의학과도 2곳에서 미달됐다. 지금도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의사 만나기가 힘겨운데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위기에도 의협은 증원을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로 표현하며 증원의 증자도 꺼내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의대 정원이 는다고 해서 곧바로 필수나 지방의료 분야의 의사가 늘진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필수의료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와 연동된 보상 확대, 근무 여건 개선,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상 부담 완화 등이 동반돼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협 역시 ‘의료 현안 협의체’에서 정부와 함께 장기적 의사 수급 방안을 만들 의무가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건 의사 부족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의협이 의대 증원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못한 채 파업을 강행하려 한다면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삼아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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