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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빨리 소환해라” 자진출두쇼 벌인 송영길…막상 불렀더니 ‘묵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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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할 이유 없어…헌법적 권리”
“검찰, 대통령 주변인 혐의 은폐”
여론 화살 피하며 尹·檢 맹비난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답변을 하던 송 전 대표가 유튜버들의 구호 및 소음이 커지자 답변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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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다. 그동안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자신을 빨리 소환해달라고 촉구해왔지만 막상 조사를 받게 되자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5월 현역 국회의원,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총 9400만원이 당내 살포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1월~2021년 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3억500만원을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을 통해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이 중 4000만원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검찰에 출석한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도착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인기를 끌어 정권을 잡은 윤석열 검찰 하나회가 권력을 잡으니 하이에나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하수인이 돼 죽은 고기를 찾아다닌다”며 “야당과 비판 언론에 대한 표적수사,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대신 송 전 대표는 “대통령과 부인과 장모와 처남·법무부장관과 처남·이정섭 검사와 처남 등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검찰이 갑자기 대통령 가족 로펌 변호사가 돼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고 은폐하고 축소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여권으로 돌렸다.

이어 “증거조작, 별건수사, 온갖 협박 회유로 불법을 일삼는 일부 정치화된 특수부 검사와 맞서 싸우겠다”며 “검찰독재에 대한 전국민적 저항 운동에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8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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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표는 검찰의 출석 통보 이전부터 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며 자진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 임의로 자진 출두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검찰 거부로 무산됐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막상 검찰에 출두한 송 전 대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검찰에 소환해달라고 했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주위 사람을 그만 괴롭히고 혐의가 있으면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리”라며 “검사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계속 나를 얽어매려고 기획 수사를 하는데 내가 가서 말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묵비권 행사를 예고했지만 검찰은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돈봉투 살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송 전 대표의 태도 등에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 전 대표를 도왔던 무소속 윤관석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통화내역도 문자내역도 없는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하는 등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의 지시로 먹사연 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했다는 법정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이날 “지금까지 검사들이 자신들 비위로 수사 받을 때 진술 거부하고 핸드폰 없애고 컴퓨터 초기화했다”며 “그런 분들이 일반 국민에게는 이런 걸 하면 증거인멸이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들도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법정에서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영호·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영순·박 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윤재갑·이성만·이용빈·임종성·전용기·한준호·허종식·황운하’ 등 돈봉투를 받은 장소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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