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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권도형, 미국 인도될 것"…대형 금융사기꾼에 150년형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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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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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당국에 의해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WSJ은 몬테네그로의 최고 법무 당국자가 비공개적으로 권 씨를 한국보다는 미국으로 보내 범죄 혐의를 다루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이 주디 라이징 라인케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대사와의 지난달 만남을 포함한 인사들과의 비공개 논의에서 권 씨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부터 몬테네그로에 수감된 권도형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모두 그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달 권 씨의 인도를 승인했지만, 그를 한국 혹은 미국으로 보낼지는 밀로비치 장관에게 맡겼습니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권 씨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선고받은 징역 4개월의 형량을 다 채운 뒤에 내려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밀로비치 장관은 비공개 논의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성명을 통해 "대중에게 적시에 결정을 알릴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권 씨가 다시 법원의 결정을 받아보겠다고 한 만큼 밀로비치 장관은 최종적인 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야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밀로비치는 지난달 23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도 권 씨 인도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혀 자신의 의도에 대해 암시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진 바 있습니다.

권 씨의 몬테네그로 변호사 고란 로디치는 밀로비치 장관의 결정을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며, 한국과 미국 검찰은 권 씨를 사기 및 증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려 하고 있습니다.

몬테네그로가 실제로 권 씨를 미국에 인도한다면 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합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현지 검찰은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SEC는 올해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 달러의 암호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습니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기소돼 지난달 유죄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내년 3월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권 씨가 미국으로 인도돼 재판받고 긴 징역형이 선고된다면 형기를 채운 뒤 한국에서 다시 재판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 검찰은 사건 발생 후 권 씨를 미국보다 먼저 기소하고 신속한 피해 변제 등을 목적으로 권 씨의 신병을 인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금융사기 범죄의 형량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뱅크먼-프리드의 유죄평결 당시 최고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연방 양형 지침이 유연해 실제 선고된 형량이 사건별로 천차만별이며 '화이트칼라' 범죄는 강력범죄보다 덜 엄하게 처벌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지난해 징역 11년형을 받았습니다.

이홍갑 기자 gap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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