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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킬러’ 없앤다더니 역대급 불수능…사교육 더 부추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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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

변별력 지나치게 의식하다 난이도 조절 실패


한겨레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4 수능 결과 및 정시 합격점수 예측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2024학년도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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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7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변별력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수능 기조가 수험생 불안감을 자극해 사교육 수요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150점으로 지난해보다 16점 상승했다. 올해 국어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3점으로, 최고점과 17점 차이 난다. 이 구간 점수 차가 클수록 최상위권~상위권 변별력이 강화됐다고 보는데, 지난해(8점)보다 강화됐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145점)보다 3점 올랐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133점으로 최고점과 15점 차이 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점보다 커졌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로 난이도를 가늠하는데, 올해 1등급 비율 4.71%는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겨레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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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를 두고 “소위 킬러문항이 배제됐지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공교육 과정 안에서 출제하면서도 상위권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출제당국은 수능을 여러번 치러 재학생보다 성적대가 높은 ‘엔(n)수생’ 규모를 추정해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올해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은 35.4%로 28년 만에 최고치였다. 그러나 준비 없이 수능에 뛰어든 ‘허수’도 많아 엔수생들이 예상 밖으로 고전하면서 표준점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현 수능 체제 도입(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던 2019학년도 수능 때와 같은 점수다. 당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성기선 평가원장이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불수능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해 애초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의 목표로 내세운 ‘사교육 감소’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현행 수능 점수체계 자체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지만, 수능의 영향력과 난도를 낮춰야 조금이라도 사교육이 경감될 수 있다”며 “수능이 어려울수록 ‘학교 공부만으로는 대비가 안 된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킬러문항이 안 나온다고 했으나 고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됐고 시험은 어려웠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교육부가 내놓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되고, 수험생들은 사교육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수능 기조가 재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1교시부터 예상 밖의 난이도에 당황해 준비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수험생들이 재수를 택할 변수가 있다”고 했다. 유 소장은 “수시에 전념했는데 최저 등급을 못 맞추면 재수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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