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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부자행세 '유니콘' 알고보니 '좀비'…美벤처투자 3440억弗 무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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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위워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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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이라고 추켜세워졌던 미국의 기술 스타트업들이 고금리 한파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110억 달러(약 14조원)를 시장에서 끌어다쓴 위워크가 파산한데 이어 지난 6주간 4개 유니콘이 이른바 '좀비(Zombie)'가 됐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선 위워크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 AI(Olive AI, 8억 5200만 달러를 모집)와 화물 스타트업인 콘보이(Convoy, 9억 달러 모집), 주택 건설 스타트업인 비브(Veev, 6억 4700만 달러 모집) 등이 파산신청을 하거나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몰락이 이제 막 시작한 기술 스타트업의 붕괴를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비용을 절감하면서 대규모 실패를 막기 위해 절치부심해왔지만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최근 자금시장의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래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벤처캐피털들은 오히려 어떤 신생 기업을 살릴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기준에서 탈락한 기업들에는 문을 닫거나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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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지난 8월 16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고 한때 76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이던 호핀(Hopin)이 주요 사업을 단 1500만 달러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1억 5000만 달러를 모집한 부동산 스타트업 제우스 리빙(Zeus Living)도 문을 닫았다. 2억 2600만 달러를 조달한 금융 기술 스타트업 플라스틱(Plastiq)은 지난 5월 파산했다. 9월에는 7억 7600만 달러를 모금한 스쿠터 회사 버드(Bird)가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버드의 마지막 시가총액 700만 달러는 창립자인 트래비스 밴더잰덴이 2년전 구입한 마이애미 맨션(2200만 달러)보다 작았다.

프리스타일 캐피탈 투자자인 제니 레프코트는 "앞으로 더 많은 실패 소식을 전해질 것"이라며 "일찍 파티를 벌인 이들은 숙취가 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업계의 암울한 상황은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들의 붐으로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다. 스타트업을 추적하는 피치북(PitchBook)이 NYT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약 3200개의 미국 벤처기업이 폐업했는데 이들이 모집했던 자금은 272억 달러에 달한다. 오히려 이 규모로 다 알려지지 않은 수준이다. 위워크처럼 공개되거나 호핀처럼 구매자를 찾은 대규모 실패 사례도 많이 제외돼서다.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카르타(Carta)는 자사 플랫폼에서 최소 1000만 달러를 모집한 스타트업 중 87개가 올해 10월 현재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전체 숫자의 두 배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민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8배 증가해 344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간 스타트업들은 변변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도 낮은 이자율과 소셜 미디어 및 모바일 앱의 성공으로 인해 부자행세들을 해왔다.

심지어 편의점 기업 세븐일레븐과 '세서미 스트리트'도 벤처 펀드를 출시했을 정도로 시장에 자금이 넘쳐났다.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민간 '유니콘' 기업의 수가 수십 개에서 1000개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고 수익은 긱워크(gig work), 메타버스, 마이크로모빌리티, 암호화폐 등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한 차세대 스타트업에게는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 회사들은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문을 닫고 남은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 외의 기업들은 '좀비 모드'에 갇혀서 살아남아 있지만 성장은 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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