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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스포츠카 조상님’이 돌아왔다… 티뷰론 23년 만에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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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 복원에 나선 현대자동차

동아일보

‘첫 국산 스포츠카’로 꼽히는 티뷰론이 복원돼 주차돼 있는 모습.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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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티뷰론’은 다시 가슴을 뛰게 만드는 차다. 당시만 해도 차는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출퇴근이나 생계를 위한 ‘아빠차’들이 대부분이었다. 1996년에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스포츠카인 티뷰론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당시만 해도 쓰이지 않던 레몬색에 스포츠카다운 유려한 곡선이 금방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 5년 만인 2001년에 단종됐는데 짧은 기간에도 27만 대가 팔렸다. 구매자 중 20~30대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였다. 티뷰론이 성공을 거둔 덕에 이후 고성능 차의 명맥이 이어지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지금 ‘N브랜드’라는 제품군까지 따로 마련해 전기 및 내연기관 고성능차를 만들고 있다. 고성능차 개발에 진심인 현대차는 최근 스포츠카의 ‘조상님’이라 불리는 티뷰론을 복원했다.

티뷰론 복원에 참여한 권규혁 현대차 브랜드헤리티지팀 책임매니저(55)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며 “이제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현대차도 헤리티지(유산)를 돌아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복원된 차량은 이제 사회의 주축이 된 이들에게는 추억으로, 그보다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함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티나’, ‘포니’, ‘스쿠프’ 등 회사 헤리티지에서 의미가 있는 차량들을 연달아서 복원하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6월 티뷰론을 선정해 복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젊었을 때 티뷰론의 공식 동회인 ‘TOG’의 회장을 맡았던 허장혁 SEW유로드라이브코리아 대표(55)도 의기투합해 1년 여간 공을 들였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 상태가 좋은 티뷰론 중고차를 구해 녹슨 부분의 부품을 교체하고, 찌그러진 곳을 폈다. 공수된 차량은 검은색이었는데 당시 티뷰론을 상징하는 색깔인 ‘퍼니 레몬’ 색상으로 도색도 새로 했다. 복원된 차량은 마치 1996년에 갓 출시된 새차처럼 깔끔하면서 과거의 디자인을 지닌 멋들어진 클래식 스포츠의 자태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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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혁 현대차 브랜드헤리티지팀 책임매니저(왼쪽)와 허장혁 SEW유로드라이브코리아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첫 국산 스포츠카’로 꼽히는 티뷰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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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차는 현대차의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공개한 뒤 허 대표에게 인도된다. 바쁘게 살다보니 티뷰론을 잠시 잊고 지내며 중년이 된 허 대표는 복원된 차량을 마주하니 티뷰론이 처음 출시했던 27세로 다시 돌아간 듯이 눈을 반짝였다.

허 대표는 “인생에 있어 가장 뜨거웠고, 중요했던 시기를 티뷰론과 함께 했다”며 “티뷰론을 복원하는 것은 마치 젊은 시절을 복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독일과 미국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그는 “외국에서 할아버지들이 오래된 포르쉐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멋있고 부러웠다”며 “이제는 부러워할 것 없이 주말에 티뷰론을 타고 ‘내 인생이 이렇게 뜨겁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밖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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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복원된 현대자동차 ‘티뷰론’의 내부 모습.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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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을 복원한 것은 마케팅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티뷰론의 출시는 현대차가 자동차 마니아에게도 인정 받을 만한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단 것을 것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오닉5 N’이나 ‘아반떼N’과 같은 고성능차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티뷰론의 복원을 통해 증명될 수 있다. 지금이야 소박한 성능이지만 1990년대에 이미 제로백이 8초, 시속 220㎞까지 달리는 150마력 차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권 책임매니저는 “티뷰론의 성공적인 데뷔가 있었기에 지금 N브랜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며 “다른 차량에 대한 복원도 계속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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