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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전직 경찰 등 2700명 투입…내년부터 교사들 '학폭'서 손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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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 전담 경찰관의 역할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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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일부터 교사들은 학부모 악성 민원의 온상이었던 학교폭력 조사 업무에서 손을 뗀다. 대신 전직 경찰·교사 2700명이 투입돼 전국 모든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전담한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 보호' 요구가 확산한 지 5개월 만에 정부가 학교폭력 처리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을 신설하고 학교 전담 경찰관(SPO) 105명을 증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학교폭력 업무는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로 꼽혀 왔다.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의 처분을 받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보니 자식의 처분 기록을 지우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부모가 많았다.

교사단체 등은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갑질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악성 민원과 학부모 협박 등에 시달리며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점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 도입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전국 교육지원청에 조사관이 투입된다. 조사관은 위촉직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에 파견돼 사안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든 학교 밖에서 벌어진 사건이든, 사건이 크든 작든 상관 없이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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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조사관으로는 학교폭력이나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 등이 있는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폭력 건수가 6만2052건에 달한다며 이를 고려해 177개 교육지원청에 15명씩 근무할 수 있도록 총 2700여 명의 전담 조사관을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 경찰·교원 비율을 따로 정하지는 않는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존에는 교내 전담기구에 소속된 학교폭력 책임 교사가 학생들을 조사하고 증빙 자료를 수집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학교장 자체 해결 여부를 검토하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전담 조사관이 조사한 결과를 교내 기구에서 논의한다. 자체 해결이 어려우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 내 신설되는 '학교폭력 사례 회의'를 거친다. 그리고 조사관, SPO, 변호사 등이 참여해 열리는 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검토·보완해 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교육부는 "조사관이 사안 조사를 전담하면 학교와 교사는 학교장 자체 해결 등 교육적인 기능과 피해자 긴급조치,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 관계 개선 등 피해자 보호와 교육적 조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학교폭력 예방 등을 담당하던 SPO는 전담 조사관 지원·자문 등의 역할이 추가되는 대신 정원이 현재보다 10% 늘어난다. 학교폭력 예방, 가해 학생 선도 등을 중점적으로 해오던 SPO는 인원이 늘어나는 대신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지원·협력 △학교폭력 사례 회의 참석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 위촉 등의 역할을 추가로 맡는다. 사실상 학교폭력 조사 과정 전반에 SPO가 관여하게 되는 셈이다. SPO의 현재 정원은 1022명(1명당 12개교 담당)이지만, 10%가량인 105명이 늘어나면 1127명 규모(1명당 10개교 담당)로 운영된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후속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폭력 조사관이 조사의 전문성·책무성을 담보하도록 분명한 방안을 마련하고 충분한 인원이 배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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