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 조기 종료···‘김기현과 인요한의 적대적 공생’이었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 측근의 불출마·험지 출마를 한 달 이상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결국 아무도 수용하지 않는 초라한 결과를 안고 예정보다 2주 정도 일찍 문을 닫는다. 인 위원장은 “50%의 성공”으로 평가했고, 향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혁신안을 수용할 것이란 당내 기대도 있다. 하지만 결국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 체제를 연장해주고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적대적 공생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요한, 나갈 때도 “윤 대통령에게 감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마치고 “사실상 오늘 회의로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 종합 혁신안을 보고하고 백서를 만드는 것으로 활동을 마치게 된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찬을 함께하며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뒤 예견된 결론이다.

인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맨 먼저 윤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밝혔다.

초반엔 ‘통합’ 행보로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혁신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내 쇄신 요구를 반영해 지난 10월26일 두 달의 활동 기간을 두고 출범했다. 당시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고, 인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인 위원장은 통합 행보로 주목받았다. 첫 방문지로 광주5·18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윤 대통령과 김 대표는 불참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젠틀맨”으로 추켜세우고,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러 부산까지 가서 영어로 “미스터 린튼” 호칭을 듣기도 했다.

반면 혁신안 수용은 수월치 않았다.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담은 1호 안건은 당 지도부가 수용했지만 사면 당사자들이 불쾌해했다. 비례대표 청년 50% 배치, 전략공천 배제 등은 공천관리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아무도 안 받으며 꼬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핵심은 지난달 3일 내놓은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 측근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였는데, 대상자 중 한 사람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혁신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 “우유 그냥 마실래, 매 맞고 마실래” 등 연일 압박성 메시지를 냈지만 소용없었다. 혁신위는 결국 권고안을 공식 혁신안으로 의결했지만 지난 4일 최고위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어차피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 시간끌기용”이라는 혁신위 내부 발언에 일부 혁신위원들이 사의를 표했다 돌아오는 혼란도 겪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 발언,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 발언,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 발언 등으로 연달아 타격을 입었다.

“김·인 티격태격하는 사이 혁신 골든타임 지나”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가 중진 ‘용퇴론’을 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이 6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전격 회동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당내 일각에선 혁신위 활동을 ‘절반의 성과’로 평가하며 향후 공관위가 나머지 절반의 퍼즐을 맞출 것이란 기대도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 주류의 희생을)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혁신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나오게 공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당내 평가도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편의 개그 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네요”라며 “그래도 우리당의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 했네요”라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전권(全權)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無權)이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과 면담한 후 “혁신은 실패했다”며 “저도, 인 위원장도 (지도부에) 치료법을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SNS에 “혁신위를 좌초시킨 김기현 지도부는 이제 당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비전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가 공관위가 출범하고 인재영입이 본격화될 때까지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해줬다는 분석도 있다. 한 비윤석열계 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는 인요한과 티격태격하면서 결국 본인 체제를 지켰고, 인 위원장은 정치인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좋은 장사를 했다”며 “두 사람이 정치적 이득을 본 사이에 보궐선거 패배가 준 혁신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적대적 공생이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이 혁신의 핵심인 윤 대통령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온돌 아랫목에서 (예절을) 배웠다” “대통령은 나라님” 등 발언으로 윤 대통령은 혁신의 대상에서 제쳐놓았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채널A뉴스 유튜브에 출연해 “기존 잘못과 단절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직적인 당정관계, 그런데 인 위원장은 당대표나 대통령에 싫은 소리 하면 안된다는 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제주 청년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활동을 종료한 이 시점까지도 국민의힘에서 누구도 그 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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