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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9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서울의 봄’ 천만 갈까… 평론가평·분노 챌린지도 화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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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15일째 박스오피스 1위 수성

개봉 직후 ‘촌철살인’ 전문가 평가도 화제

관객들 ‘분노 챌린지’ 등 자발적 바이럴

영화 인기에 정치권 ‘아전인수’ 해석 눈살

입소문 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수요일인 전날 20만3000여명(59.4%)을 동원해 1위를 지켰다.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15일째 정상을 수성한 것으로, 누적 관객 수는 527만여명이 됐다.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를 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의 봄’은 연일 승승장구하며 천만 영화에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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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표를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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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가 절반 이상…‘입소문’의 힘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서울의 봄’은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에 개봉했지만, 예상외의 대흥행을 거두는 중이다. 통상 11월은 추석 연휴와 연말 사이에 끼여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적어지는 시기다. 이같은 흥행 배경에는 20·30대 관객들의 ‘입소문’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 관객(5일 기준) 중 20대가 26%, 30대가 30%로 20·30대 관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12 군사반란과 영화 속 캐릭터가 비교적 익숙한 세대인 40대(23%), 50대(17%)보다도 높다. 숏폼, 코미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감상(OTT)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20·30대를 극장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2030 사이에선 “12·12로 사람이 죽었다는 건 몰랐다”, “역사 교과 참고 자료로 쓰여야 한다”,“이름만 알았던 사건을 자세히 배운 것 같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9시간 동안 신군부 세력의 반란 모의와 육군참모총장 납치, 대통령 재가 시도, 병력 이동과 대치, 정권 탈취 등이 긴박하게 그려져 스릴러 영화 이상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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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문매체 씨네21에 올라온 ‘서울의 봄’ 전문가 20자평. 씨네21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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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여파가 어느 정도 있었던 ‘남산의 부장들’(2020)이 흥행한 사례를 보면,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꾸준했다”면서 “12·12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교과서에서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상업 영화에서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윤 평론가는 “그렇다고 해도 영화가 재미없으면 20·30대들은 보지 않을 텐데 ‘서울의 봄’은 신군부를 막을 수 있을 듯 없을 듯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재미가 있다”며 “관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도 2시간 20분이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 직후 평론가들이 내놓은 평가도 화제가 됐다. ‘서울의 봄’은 영화전문매체 씨네21 영화 별점 코너 ‘전문가 20자평’에서 “‘어떻게 성공했지?’라는 궁금증과 하나회를 향한 분노가 왔다 갔다”(임수연), “여러모로 아슬아슬하다”(안시환), “권력이 영원할 줄 아는 사악한 바보들에게”(박평식) 등 평가와 함께 6.67점을 받았다. 네티즌 평점은 9.6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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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챌린지’ 동참한 한 시민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린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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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후 ‘분노’…심박수 챌린지까지

관객들은 ‘서울의 봄’을 본 뒤 ‘분노’를 느꼈다는 반응이 많다. “오늘은 북한이 안 내려온다”며 최전방 부대까지 서울로 결집하는 신군부, 일이 터지자 도망가기 바쁜 국방부 장관, 전세가 기운 직후 바로 항복하는 군 수뇌부 등을 지켜보면서 화를 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영화를 보는 동안 심박수가 올라가는 사진을 올리는 ‘분노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분노가 섞인 영화 감상평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 관객들 스스로가 나서 ‘서울의 봄’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셈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배급사가 주도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며 “‘서울의 봄’은 관객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패러디를 하는 게 놀이처럼 돼 입소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기 전후 12·12 사건에 관해 공부하거나 실존 인물의 뒷이야기를 찾아보는 등 이른바 에듀테인먼트 열풍까지 불면서 관객들의 입소문은 더 거세지고 있다. 극중 대사와 인물을 활용한 각종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유행 중이다. 개봉 2주 차 주말 관객 수(170만2000여명)가 첫 주 주말 관객 수(149만4000여명)를 뛰어넘은 것도 입소문의 힘 덕이 크다고 영화계는 보고 있다. 주말 관객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게 통상적인데, 오히려 늘어나는 ‘역주행’ 현상을 보인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일수록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해지는데, ‘서울의 봄’이 그런 사례”라면서 “저 인물이나 자손이 어떻게 됐을지를 보면서 입소문이 더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객 중 56%를 차지한 20·30대는 온라인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로, 입소문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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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 리얼리스트들이 모여 재현한 역사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그날의 공기를 담아보자”라는 목표 하에, 촬영, 조명, 미술 등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 제작진이 뭉친 작품이다. ‘감기’, ‘아수라’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김성수 감독과 재회한 이모개 촬영감독과 이성환 조명감독은 또 한 번 역작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김성수 감독님이 다른 영화 때와 달리 참고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감독님 머리 속에 생생하게 있는 ‘그날로 가보자’는 말씀이 곧 촬영 컨셉이었다”며 “배우들이 화면을 꽉 채운 장면도 각자가 다른 무엇을 하고 있다.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감독님의 원칙 하에, 감정선이 중요할 때에는 집요하게 인물에 따라붙었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소개했다.

이성환 조명감독은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조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배경에 실제 있는 광원을 찾으려고 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나 서치라이트, 경광등, 가로등 같은 빛을 활용해서 리얼함을 더했다”며 “전두광은 빛을 잘 사용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숨고 싶을 때는 어둠 속으로, 대중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빛을 즐기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은 이태신의 얼굴, 그의 고단함과 외로움, 혼란 등의 감정을 빛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서치라이트가 수도 없이 그를 때린다. 그렇게 맞아도 포기하지 않는 이태신의 근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뿐만 아니라 ‘지구를 지켜라!’, ‘승리호’, ‘아수라’ 등으로 독보적인 세계와 진득한 리얼리티가 담긴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여준 장근영 미술감독은 ‘서울의 봄’의 공간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는 “12.12 군사반란 직후의 13일 새벽, 광화문 광장과 서울 시내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옛 영상 자료를 봤다. 서울 도심에 탱크가 들어와 있고, 지금의 서울과 달리 공기가 무겁고 묵직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를 메타포로 ‘그날의 공기’를 제안했고, 이후 <서울의 봄>의 비주얼 컨셉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육군본부 B2 벙커, 반란군의 본부인 30경비단, 보안사와 수경사, 특전사령관실 등 리얼함이 살아있는 공간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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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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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기에 ‘아전인수’ 정치권

‘서울의 봄’이 화제를 모으자 정치권은 앞다퉈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으며 인기에 편승하려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영화 ‘서울의 봄’ 관람 사실을 알리며 ‘군부 독재’와 ‘검찰 독재’를 연결지어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서울의 봄’을 봤다며 “불의한 반란 세력과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반란군에 맞서다 전사한 김오랑 소령의 배우자인 백영옥 여사를 만난 일도 소개했다. 그는 “소송 의지를 밝혔던 그녀가 연락이 끊어졌다. 얼마 후 들은 소식은 실족으로 추락사했다는 것이었다”며 “부디 저승에서 두 분이 이어져 행복하길 비는 마음”이라고 추모의 뜻을 표했다.

전용기 의원은 “그날 밤 반란세력에게 나라를 넘겨주지 않고자 최선을 다했던 장태완 고문을 추억한다”며 “많은 분들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지켜야 할지 되새겼으면 한다”고 했다. 주철현 의원은 “참군인들 덕에 참모총장 연행에 대한 대통령 재가가 사후 재가로 기록됐고 결국 전두환과 주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다”며 “비겁한 군 수뇌부와 많은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의 훼절과 곡학아세도 절대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까지 났다”며 “우리 사회에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고결한 사람들)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선 의원은 해당 영화를 당원들과 단체관람했다고 알리며 “서울의 봄이 왜 열풍인지 대통령실만 모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강선우 의원은 단체 관람을 위한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강 의원은 “군부 독재가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독재가 자리 잡을 수 없도록 깨어 있는 시민이 될 것을 다짐한다”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에 함께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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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디케의 눈물' 북 콘서트를 열고 질의응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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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광주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육사 사조직에 기초한 정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아 대한군국을 만들었고, (지금은) 일부 정치 검찰 라인이 대한검국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현재와 같은 신검부 체제는 종식돼야 하고 이를 통해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같은 영화를 언급하며 “정권의 무능함을 공권력과 탄압으로 감출 수 없다. 지금의 윤석열 검찰 독재 권력이 딱 그렇다”며 “시민들은 시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고 ‘검찰독재 탄핵’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영화 ‘서울의 봄’ 전두환을 보면서 계속 이재명이 떠올랐다”며 “이재명은 2023년의 전두환”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해 쿠데타를 자행한 전두환과, 대권을 위해 온갖 불법과 범죄를 저지른 이재명은 쌍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두환은 하나회를 배경으로 각종 불법과 무력을 동원해 권력을 잡았다. 이재명에게 하나회는 ‘처럼회’와 ‘개딸’”이라며 “전두환과 이재명은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까지 똑같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실형을 선고 받은 것과 관련해 “그 범죄는 다름 아닌 대장동 비리를 통해 이재명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며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이상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이 의원의 탈당은 쿠데타에 맞서 항전했던 참군인들처럼 민주당 ‘전재명’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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