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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美 점포 1500개 소매체인, 獨 100년 의류기업… 글로벌 줄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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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3〉 한계 상황 내몰린 기업들

美기업 올해 516곳 파산 ‘작년 2배’… FT “고금리에 더 많은 기업 위험”

소상공인 파산도 내년엔 가속화… 한국 기업 10곳중 4곳 “이자 못내”

동아일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플래그십 매장이던 첼시 지점. ‘헬로 첼시’라고 붙어있던 흔적만 남아있다. 1992년부터 첼시 지역 대표 상점이던 이곳은 올 초 BB&B 파산 신청 이후 5월 문을 닫았다. BB&B는 6월 온라인 상거래기업 오버스톡을 인수해 기사회생했지만 매장 수는 대폭 줄어든 상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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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6번가에 있는 가정용품 소매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간판만 유지한 채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이른바 ‘가정용품의 천국’으로 불리며 2017년 매장이 미 전역에 1500개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 업체는 올 4월 파산 신청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 것 등이 원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약 500개의 BB&B 매장이 문을 닫았고, 1만4000명이 실직했다”면서 “지금까지의 파산이 개별 산업의 문제가 원인이었다면 이제는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기업이 문제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은 이미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빚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들의 파산이 내년엔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美 파산 2배로 증가… 대기업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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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 곳곳의 파산 통계는 위기 경보를 울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미국 기업 516곳이 파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파산 기업 수(263곳)와 비교하면 거의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BB&B 외에도 미국의 3대 약국 체인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가 10월 파산 신청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전략담당 수석은 “대기업보다 ‘제로금리’ 시대에 태어난 중소기업은 변동금리 등의 타격을 면하기 쉽지 않아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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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한 고객이 들어가고 있다. 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뱅크런에 시달리던 퍼스트리퍼블릭은 5월 파산 위기 속에 JP모건체이스에 인수돼 미 은행 위기의 상징이 됐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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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동일한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4∼6월) 파산을 신청한 기업 규모는 2015년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105.7이었다. 분기별로 파산한 기업의 규모 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2015년 1분기(1∼3월·105.5) 이후 처음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유명 의류기업 ‘피크앤드클로펜부르크’는 올해 3월 파산을 신청했고, 자산 가치가 38조 원대에 이르는 오스트리아의 거대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의 지주사 시그나도 지난달 말 파산을 선언했다.

조만간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달 비디오 기반 커머스 체인인 큐레이트리테일과 미국 내 최대 반려견 용품업체 펫코 등 11개 소매업체가 몇 달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실명을 나열하며 보도했다. 포브스는 “부채가 많은 소매업체는 일부 매장을 폐쇄하거나 영업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소상공인들 “직원 줄여 간신히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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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금리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소상공인들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다. 캐나다의 식당 소상공인 연합 ‘레스토랑스 캐나다’에 따르면 2023년 5월까지 현지 식당의 파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잼 판매업자 윌슨 톨로 씨(40)는 “과일, 설탕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 배가량 올라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면서 “직원을 한 명 줄여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중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은 42.3%에 달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비율은 126.1%로 세계 3위에 해당할 만큼 높아 고금리에 더 취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이 어려워져 단기적으로 고용이 줄고 소득이 감소해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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