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명목상 정책 설명회 자리였지만 내년 4·10 총선 차출론이 파다한 상황에서 사실상 신고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이철규·이인선·태영호 의원 등 통로 쪽에 앉아 있던 의원들이 일어서서 악수를 청했고, 한 장관은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밝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특히 시각장애가 있는 김예지 최고위원에게는 먼저 다가가 허리를 숙인 채 오랫동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자로 나선 김 최고위원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라며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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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한 한 장관은 자신의 대표 정책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관련 보고에 나섰다. 22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자료를 바탕으로 27분 동안 이민청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민청 설립이 외국인을 무조건 많이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외국인을 정부가 정교하게 판단해 예측가능성 있게 받아들이고, (외국인을) 관리하고 통제해 그립(주도권)을 강하게 잡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총에는 의원 40여명이 참석해 한 장관의 설명을 경청했고, 끝나자 박수로 화답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이민청 신설과 관련해 청장과 차장 아래 기획조정관·이민정책국·출입국안전국·사증체류국·국적통합국 등 1관·4국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외동포청처럼 전 부처에 흩어진 출입국·이민 관련 부서 직원들을 파견받아 운영하는 다부처 협업형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직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논의한 후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의 이날 의총 참석은 한 장관이 원내 지도부에 이민청 보고를 위한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결정됐다. 장관의 여당 의총 참석 자체는 이례적이지는 않다. 주요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의총에 참석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앞서 의총에 참석했었다.
그러나 한 장관이 원 장관과 함께 내년 총선에 출마해 여권의 간판으로 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날 참석을 ‘한동훈을 위한 데뷔 무대’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기현 대표도 전날 한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당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민청 설립은 한 장관의 대표 정책이자, 총선 출마를 위해 내각을 떠나기 전에 추진하는 마지막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다만, 한 장관 자신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난 한 장관은 ‘총선을 앞둔 데뷔 무대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정책을 정부와 여당이 함께 논의하는 것은 통상적 직무수행”이라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머물렀다. 개각과 관련해서도 “저는 정무직 공직자이지만 제가 진퇴하는 문제는 제가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금까지 현안과 관련해 많은 장관들이 의총에 와서 설명했다”고 했다.
김다영·이창훈·허정원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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