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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숨진 가족 옆에서 오열하는 이들 넘쳐나"…가자서 日의사가 전한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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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치료해 왔는데 공격 재개…의료진 "전전 긍긍"

"휴전 전보다 공습 가까워지고 빈도 늘어나…필요한 것은 정전"

뉴스1

4일 FNN뉴스가 보도한 나카지마 유코 의사 인터뷰 기사 갈무리. (출처 : FNN)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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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살아남아도 가족을 모두 잃은 아이를 몇 명인가 보았다. 집중 치료가 필요한데 부모가 숨진 경우도 있다. 살아남아도 그 후가 더 큰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일본인 의사의 말이다.

구급 및 마취 전문의이자 국경없는의사회(MSF) 일본 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지마 유코(中嶋優子)는 전투가 재개된 후 "우리 주변에서 공격이 더 격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FNN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나카지마는 지난 11월14일부터 가자지구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는 "병원이 피투성이가 된 소녀, 몸이 축 늘어진 채 안겨 있는 아기, 숨이 끊어진 가족 옆에서 쭈그려 울고 있는 사람들로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대도 장소도 없고 복도와 로비에도 환자와 이재민으로 가득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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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남쪽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으로 들것에 실려 들어가고 있다. 2023.12.04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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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식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영영 잃은 이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북부에서 피난 온 의료진도 있다. "쉬어야 산다"고 조언해도 현지 의료진들은 "이 때를 위해 의사가 됐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의료진의 열정에도 물과 전기 공급이 아주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나카지마는 "수술 중 정전이 됐을 때는 휴대전화로 비춰가며 수술을 계속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까지 이어진 휴전 동안은 "모두 안도"하는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병원은 어김없이 북부에서 이송된 중증 환자로 바빴지만 거리는 조용했다. 자신의 집이 공격을 받았는지 확인하거나 "남아 있는 게 있는지 보러 가야지"라고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안도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재민들은 병원 주변에 텐트를 치는 등 다시 돌아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뿐만 아니라 남부에도 공격을 강화함에 따라 나카지마도 숙소를 옮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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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마을의 상공으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번뜩이고 있다. 2023.12.0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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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주변(지역)에서 공격이 더 격렬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일시 휴전 전보다도 야간 공습이 가까워졌고 빈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숙소 건물은 금이 가고 흔들렸으며 창밖으로 빨간 빛에 보이거나 큰 소리가 나기도 했다.

병원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면 바로 까만 연기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전쟁이 정말 가까운 곳까지 닥쳐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했다.

나카지마는 "병원과 환자는 공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쟁의 규칙인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인도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한 것은 정전"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FNN은 "이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 후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활동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나세르 병원이 있는 칸 유니스 북부에서도 하마스 섬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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